[사설] 경제논리에 맞는 긴축예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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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가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게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감소분을 감안해서 내년 예산증가율을 일반회계기준으로는 4%, 특별회계를 포함해서는 5~6%정도 늘린 선에서 편성하겠다고 보고했다.

방위비에 대해 좀더 배려하라는 대통령지시로 당초보다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전반적으로 긴축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없으나 그동안 경쟁력 강화 혹은 복지차원에서 지출을 늘려왔던 농어촌 구조개선사업.교육비.복지및 환경분야의 대폭삭감은 명분있는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몇년에 걸쳐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분야에 큰 주름살이 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의 전반적인 동향을 볼 때 기아사태로 야기된 금융경색을 감안하면 금융시장에서 다소 여유있게 통화를 공급할 필요성이 있고, 이때문에 재정긴축을 해주어야 물가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내년 예산의 편성은 다각적인 판단기준하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의 주문이든 혹은 대통령의 지시든간에 일단 5%이상을 넘는 예산을 편성했을 경우 그에 따른 재원조달방안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물론 한국통신과 같은 공기업의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으나 주식시장이 약세인 점을 감안하면 별로 효율적이지 못한 방안이다.

이미 정부는 세수부진을 감안해서 교육세와 교통세율을 탄력세 최고세율인 30%로 올린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꼭 필요하면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불가피하겠지만 한보비리와 방만한 국책사업집행을 지켜보면서 세금을 더 내고싶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직없이 떠돌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이른바 위성 공무원을 그대로 놓고 세금을 올린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정부 스스로가 공공부문을 개혁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증가율이 둔화된 세입규모로도 조세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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