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 흉터 때문에 울던 그녀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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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여성을 가장 괴롭히는 암이다. 2003년 4만2481명이던 환자 수는 2007년 무려 10만3910명으로 늘어나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행히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완치율이 높다. 수술 난도도 낮고, 항암제도 잘 듣는다. 하지만 치료 후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수술에 의해 생긴 흉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등장하고 있는 것이 흉터를 최소화하는 치료 기술이다.

◆처음부터 흉터 안 만든다=목에 흉터를 내지 않는 갑상선암 수술법을 소개한 사람은 강북삼성병원 외과 박용래 교수다. 1998년 양쪽 유방의 유륜 부위를 1㎝가량 째고 관을 집어넣는 갑상선 내시경 수술을 처음 시도했다. 이후 2002년 신촌세브란스 외과 정웅윤·박정수 교수팀은 겨드랑이를 통한 내시경 수술법을 선보였다. 종양이 있는 쪽 겨드랑이 부위 3㎝, 가슴 안쪽 0.5㎝만을 절개하고 종양을 제거해 흉터를 크게 줄였다.

최근 등장한 첨단 수술은 로봇을 이용하는 것. 신촌세브란스 정웅윤·남기현 교수팀은 1년여 전부터 로봇을 활용한 갑상선암 수술을 시작해 최근 300례를 돌파했다.

연세대 의대 갑상선암클리닉 팀이 원격조종을 통해(왼쪽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사람이 집도의) 로봇팔을 움직여 수술을 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 제공]

정 교수는 “수술이 정교해졌고, 3차원 영상 덕에 성대 신경과 부갑상선·혈관 손상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관지나 식도·림프절로 암이 전이된 경우엔 시술할 수 없고,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1000여 만원의 수술비를 부담해야 한다.

양성종양일 경우에도 덩어리가 커 미용적으로 문제가 되면 고주파 시술을 한다. 주사바늘을 삽입, 고주파를 흘려보내 조직을 괴사시킨다. 흉터가 없고, 당일 치료 후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수술 초기부터 흉터 관리=내시경 수술을 모든 갑상선암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한쪽 5㎝ 미만의 양성종양과 조기 암만을 대상으로 한다. 양쪽에 종양이 있거나 크기가 매우 큰 경우, 진행된 갑상선암에는 활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갑상선 전체를 들어내야 하는 암 수술엔 목의 피부를 절개해 흉터가 불가피하게 생긴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김원석 교수는 수술 직후부터 프렉서널 레이저를 이용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수술 후 실밥을 뽑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시술 후 2∼3주)부터 상처 회복이 진행되는 6개월까지 한 달에 1회 정기적으로 레이저치료를 시행한다. 흉터가 만들어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술그룹 41명과 일반치료를 한 환자를 비교한 결과 흉터의 크기·면적·단단함 정도가 훨씬 줄었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수술 흉터를 초기부터 레이저로 관리한 환자(上)와 일반치료를 한 환자 비교.

◆이미 오래된 흉터는=목의 피부는 얼굴에 비해 피지선과 같은 피부부속기가 덜 발달돼 있다. 상처 회복시 흉터와 색소침착이 잘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미 목에 발생한 흉터 치료 효과 역시 얼굴에 비해 떨어진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와 핀홀법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면 색소와 흉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먼저 흉터가 얕게 파이거나 튀어나온 경우에는 레이저 박피를 이용한다. 피부를 한 꺼풀 벗겨 새살을 돋게 하는 것이다. 기존 방법에 비해 색소 침착이 적고, 안전한 울트라펄스 앙코르 레이저와 에코2라는 레이저를 사용한다.

흉터가 두툼한 경우엔 핀홀법이 효과적이다. 흉터 부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피부 재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연세스타피부과 이상주 원장은 “레이저로 침착된 색소를 엷게 하고, 핀홀법으로 울퉁불퉁한 흉터를 평평하게 펴주면 약간의 화장만으로도 감출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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