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잇단 부실기업 봐줘석 안된다" 강부총리, 금융정책실 간부에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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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1일 재경원 금융정책실 과장급이상 간부들과 저녁 자리를 가졌다.

과천의 한 음식점에서 2시간반가량 이어진 이날 모임은 姜부총리가 한국은행법 개정, 잇따른 부도등으로 고생한 금정실 간부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姜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김선홍 (金善弘) 기아회장에 굴복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련의 부실사태는 기업들이 스스로 변하고 정신을 차려야 산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것" 이라고 평가한뒤 "부실기업들을 흐지부지 봐줘서는 아무 것도 안된다" 고 말했다.

姜부총리는 이어 "金회장을 내쫓고 누구를 앉히려고 하느냐, 국영기업의 P모 사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괴롭다" 며 "후임자 문제같은 것은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금정실 간부들은 金회장이 처음에 물러난다고 했으면 마땅한 후임자도 없고해서 오히려 당분간 계속 맡아달라고 했을텐데, 金회장이 물러나기를 거부하면서 도리어 음모론을 들고나오는 바람에 정부의 입장이 더욱 어려워졌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증현 (尹增鉉) 금정실장은 최근 기아측 사람들을 만나 "金회장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재벌보다 더 한 발상 아니냐고 지적했다" 면서 기아문제에 대한 정부의 기존정책을 계속해야 함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법 개정에 대해 한은내에서 여러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 姜부총리는 "이경식 (李經植) 한은총재에게 도대체 한은이 몇개냐고 물었다" 면서 "아무튼 李총재의 입장이 곤란하겠다" 고 말했다.

부산시장 출마설과 관련, 姜부총리는 "최근 신문보도를 보고 부산 시민들이 전화를 걸어 정말이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답해줬다" 며 "문정수 (文正秀) 시장도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하느냐" 고 반문했다고. 어쨌든 금정실 간부들은 姜부총리가 신한국당 탈당후의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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