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튼 오페라 국내 초연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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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 (1913~76) 의 오페라 두 편이 국내에서 초연된다.

국립오페라단은 브리튼의 '도요새강 (江)' 을 '섬진강 나루' 라는 제목으로 번안 상연하고 (19~24일 국립극장 소극장) , 예술의전당도 '알버트 헤링' (20~2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을 무대에 올린다.

이들 작품은 1937년 브리튼을 처음 만나 평생 함께 살다시피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테너 피터 피어스가 64년 알데버러 음악제, 47년 글라인데본 음악제에서 각각 주역을 맡아 초연했다.

지휘자.피아니스트로도 활동했던 브리튼은 '작곡의 불모지' 로 알려진 영국이 퍼셀.헨델.엘가.본 윌리엄스와 함께 내세우는 대표적인 작곡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와 교분을 나누면서 48년 알데버러 음악제를 창설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 를 비롯,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전쟁 레퀴엠' '심플 심포니' 등이 있다.

'섬진강 나루' 의 원작은 64년 알데버러 오퍼드교회당에서 초연된 브리튼의 단막오페라.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신 (神) 의 도움으로 죽은 아들과 재회한다는 내용이다.

브리튼이 56년 피어스의 독창회 반주자로 도쿄에 갔다가 전통극 노 (能) 의 레퍼토리 '스미다가와 (隅田川)' 를 보고 감명을 받아 작곡했다.

여성의 역할까지 모두 남자들이 맡는 노의 영향을 받아 '도요새강' 의 초연때는 카스트라토 (거세한 남성 소프라노)가 등장하기도 했다.

'섬진강 나루' 는 임진왜란때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섬진강 나루터에서 떠도는 아들의 넋을 만난다는 줄거리로 원작을 우리식으로 번안했다.

작품 전후에 판소리 (박윤초) 와 씻김굿 (강선숙) 을 삽입, 토속적인 정취를 살렸고 시인 김용범씨가 가사를 썼다.

소프라노 박경신.이은순 (어머니역) , 바리톤 성기훈.김진섭 (뱃사공역) , 바리톤 유상훈.박흥우 (나그네역) , 베이스 이요훈.김윤식 (내레이터역) 등이 출연하고 박은희씨가 연출을 맡았다.

8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물론 플루트.호른.비올라.더블베이스.하프.오르간.타악기등 7명의 앙상블이 무대 위에 올라가 연주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투명한 단순성으로 극적 효과를 노린 노를 연상하게 하는 이 작품은 독백같은 레치타티보가 많고 그레고리오 성가와 오르간 지속음을 바탕으로 깔고 있어 토속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삽입한 국악이 원작과 어떻게 잘 어우러질지 자못 궁금하다.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요일 오후4시. 8천~3만원, 학생석 3천원. 02 - 271 - 1745) 한편 모파상 원작의 '알버트 헤링' 은 현실을 풍자한 3막짜리 코믹오페라. 순진한 마마보이 알버트 헤링이 친구들의 비아냥거림을 견디다 못해 마을을 떠난 후 주정뱅이가 돼 돌아와 기존 도덕률을 비판한다는 이야기다.

테너 장근정.염평호 (알버트 헤링역) , 소프라노 최미옥.송지현 (헤링부인역) 등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신인성악가들이 출연하며 프라임 필하모닉 (지휘 매튜 헤이젤우드.박영민) 이 반주를 맡는다.

(1만5천~3만원, 학생석 1만원. 02 - 580 - 1234)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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