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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인중개사 자격 딴 개그맨 김정렬

중앙일보

입력


개그맨 김정렬씨가 영어 한마디 못하는 상태로 미국에 건너가 공인중개사 자격증까지 딸 수 있었던 비결은 "될 때까지 한다"는 끈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프리미엄 전영기 기자 [장소제공= 컬처컴플렉스]

‘숭구리 당당 숭당당’, 돌아온 개그맨 김정렬(48)이 학부모들 사이 화제다. ‘웃겨서’가 아니라 그의 ‘미국생활 무한도전기’가 궁금해서다. 그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사실을 밝혔다.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한 지 1년 6개월 만에 ‘해냈다’는데, 비법은 무엇일까.

 김씨가 미국으로 건너간 건 1999년. 두 딸이 초등학교 4·6학년 때로 자녀 교육과 본인의 휴식을 위해서였다. 텍사스 주에 머물며 그는 우선 Collin County Community College에서 ESL(제2 언어로서의 영어)과정을 이수했다. 처음엔 알아듣지도, 말하지도 못했지만 그의 장기인 ‘책 파기’로 조금씩 익혀나갔다. “매일 발표를 시켜 곤욕을 치렀다”는 말하기 수업에는 배울 주제와 관련한 답을 미리 준비해 외우고 들어갔다. ‘개그 본능’은 영어익히기의 1등공신.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기는 커녕 뻔뻔(?)하게 나섰다. 자기소개 시간에 그는 “my trademark, 숭구리 당당~”이라며 개다리춤을 췄다. 이후 그는 반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아버지 제사 때면 음식을 많이 만들어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먹었죠. 우린 늘 이렇게(푸짐하게) 먹는다고 했더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물론 농담이라고 했죠.(웃음) 외국인 친구 집에 초대돼 많이 놀러 가기도 했어요.”


일러스트= 프리미엄 이원규기자

 ESL과정을 마친 후, 김씨는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두 딸에게도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부동산 공인중개사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일상영어 배울 때와는차원이 달랐다. 책은 온통 법률용어로 가득했다. 전치사 빼곤 아는 단어가 거의 없어 사전 찾는 데만도 부지하세월이었다. 그래도 김씨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뼈가 빠지도록, 허리가 끊어지도록” 공부했다. 공인중개사 자격 획득을 위한 본시험에 앞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수업을 하루 6시간씩 들었고, 집에 와서도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종일 책을 붙들고 살았다. 심지어 책을 침대 위에 끈으로 매달아 놓기도 했다. 누워서도 책을 펼쳐보려니 팔이 아파서였다. 미국 생활 초기에 하루 24시간을 틀어놨던 TV도 창고에 넣어버렸다. CD에 담긴 연습문제를 푸느라 컴퓨터를 하도 들여다봐서 그 이후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에 조차얼씬거리지 않을 정도다. 그는 여섯번의 낙방 끝에 마침내 6전 7기에 성공했다.

 “될 때까지 한다고 덤비는 데 안 될리 있겠어요. 같은 반에 한국인이 저 말고 1명 더 있었는데 8년째 그곳에 살던 사람이었어요. 그 분은 아직도 못 붙었어요. 이젠 포기했다던데요.(웃음) 하긴, 미국사람도 숱하게 떨어지더라고요.”

 김씨의 첫 번째 공부 비결은 오기와 끈기, 두 번째는 이해와 연상이었다. 책을 보면서 먼저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고 그 상황을 연상하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홍수가 나서 도로가 유실된 상황에 대한 지문이 나오면 그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각 문장의 뜻을 연결지어 이해하는 것. 모르는 단어도 철자를 외우는 대신, 사진을 찍는다 생각하고 단어를 눈으로 익히며 그 의미를 머릿속에 넣었다. 또 어려운 내용은 한국인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귀찮을 정도로 전화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갔다.

 “아내가 가르쳐 준 방법도 있었어요. 무조건 큰소리로 읽는 거죠.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고 말도 느는 것 같더라니까요.”

 그의 ‘무(모)한 도전’은 두 딸 공부에도 버팀목이었다. 지금은 남캘리포니아 주립대(USC) 비즈니스 과정에 다니고 있는 큰 딸과 용산국제학교(YISS)에 다니는 둘째 딸에게 공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그는 굳게 믿는다. “제가 아이들에게 절대 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어요.‘강제’와 ‘비교’죠. 하고 싶을 때 해야 효율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즐기세요. 저도 좋아서 한 게 아니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거예요. 또 자신감을 가지세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했잖아요?(웃음)”


프리미엄 최은혜기자 eh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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