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러시아, 중국서 차관 250억 달러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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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제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250억 달러(약 37조원)의 차관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러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17일 보도했다. 양측이 서명한 협정에 따르면 중국개발은행은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에 150억 달러, 국영 송유관 회사 ‘트란스네프티’에 100억 달러를 각각 지원키로 했다. 러시아가 20년 동안 중국에 연 1500만t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약속한 데 대한 보답이다.

러시아의 로스네프티와 트란스네프티, 중국의 국영 석유·가스공사 CNPC와 개발은행 대표들은 이날 베이징에서 이고리 세친 러시아 부총리와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중국의 대러 차관 지원은 지난해 10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모스크바 회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됐으나 그동안 이자율과 러시아 원유 공급가 등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최종 확정되지 못했다.

러시아는 중국으로의 원유 공급을 위해 동시베리아에서 태평양 연안 항구 도시 코즈미노를 잇는 길이 4700㎞ 송유관의 지선을 중국 쪽으로 부설하는 공사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러시아는 현재 동시베리아 타이셰트에서 중·러 국경 인근 도시 스코보로디노까지의 1단계 송유관(2700㎞) 부설 공사를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화학공업단지가 밀집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다칭(大慶)으로 지선을 깔아 원유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현재 세계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주가가 지난해 8월 대비 80% 가까이 떨어졌고 자국 통화인 루블화 가치도 30% 이상 추락했다. 한때 6000억 달러에 육박하던 외환보유액도 380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드레이 클레파치 경제개발부 차관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2%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내놓았던 예상치 -0.2% 성장에서 크게 내려간 수치다. 러 정부가 이처럼 낮은 성장률 전망을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러시아 경제는 2000년 이후 고유가에 힘입어 연 7%대의 고속 성장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에는 5.6% 성장을 기록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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