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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거주 박미나씨의 한맺힌 비행기사고 …남편,동생잃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조카와 여동생 일가족마저 똑같은 화를 당하다니요…. " 결혼 4개월만에 러시아 KAL기 격추사건 (83년 9월) 으로 남편을 잃은 朴미나 (41.여.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씨는 6일 새벽 끔찍이 아끼던 조카와 여동생 일가족등 11명이 또 비행기 사고로 한꺼번에 숨졌다는 비보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당시 남편 尹양로씨는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희생됐으나 朴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탓에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朴씨는 아픔을 씻기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갔다 언니 미경 (43) 씨가 사는 미국 LA부근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상처를 달래던 중이었다.

6일 사고를 당한 朴씨의 막내 여동생 미진 (34.성남시분당구) 씨는 시부모와 남편 李동훈 (38) 씨, 아니카 (6.여).희수 (3) 남매와 함께 괌으로 휴가를 가던 길이었다.

여기에 시누이 이혜리 (李惠利.36.성남시분당구서현동) 씨 내외와 정수빈 (10).영인 (榮仁.4) 남매, 그리고 미국 LA에서 이모집을 방문했던 조카 (미경씨의 딸) 티파니 (8) 양이 동행, 일행이 모두 11명이나 됐지만 한명도 생존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미진씨의 이웃 이영애 (李英愛.53.여) 씨는 "희수 엄마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괌으로 여행가게 됐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화초가 말라죽지 않도록 물을 자주 주도록 신신당부했는데…"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의 시신을 부여안고 울부짖던 일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혹시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 14년전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朴씨와 이번에 딸 티파니양을 딸려보낸 언니 미경씨 자매는 혹시 가족들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며 괌으로 떠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LA지사 = 최천식,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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