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화권 IT 주무르는 '3인의 황태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아시아 전체 부(富)의 절반 이상을 중화경제권(Chinese Economic Zone)이 움켜쥐고 있다.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가 CEZ의 핵심 멤버다. 이들 4개국은 아시아 정보기술(IT)산업의 추진 로켓 같은 역할도 맡고 있다. 그렇다면 CEZ 내 IT의 주역은 누구일까. 각국의 '황태자들'이다. 이들은 권력과 돈을 앞세워 자국 내 IT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싱가포르의 IT 관련 첨단업체가 모여 설립된 중국 쑤저우시 인근의 쑤저우 공업원(왼쪽). 중국 IT 메카인 베이징 중관춘 내 하이룽 전자상가. 중국 PC 제 품 45%가 중관춘에서 팔린다(오른쪽). [중앙포토]

[중국 장쩌민 주석 장남 장몐헝] 대만과 합작 반도체공장 세워

◇주렴 뒤의 황태자=사례1:2000년 8월 19일 중국-대만이 합작으로 초기 투자액 8억400만달러를 들여 상하이(上海)에 훙리(宏力)반도체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사례2:대만 각 은행의 간부 28명이 2000년 9월 중국 내 자사의 지점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이 두 사건에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불가능한 일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만은 반도체 같은 하이테크 업종이나 금융업의 중국 진출을 막고 있다. 핵심 분야의 중국 진출이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합작사업은 거침없이 추진됐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사건의 배후에 모두 장몐헝(江綿恒.49) 중국과학원 부원장이 있다는 것이다. 장 부원장은 중국의 최고실력자인 장쩌민(江澤民) 당군사위 주석의 장남이다.

장 부원장은 대만 최대 재벌인 포모사플라스틱그룹(臺塑) 왕융칭(王永慶)회장의 장남 윈스턴 왕(王文洋)과 손잡고 훙리 설립을 밀어붙였고, 대만 정부를 설득해 은행가의 방중을 끌어냈다. 장 부원장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IT 분야에서 장 부원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중국 최대 통신회사인 차이나 텔레콤을 보자. 이 회사는 4년 전 양쯔(楊子)강 이북 지역을 관할하는 통신회사 차이나넷컴(CNC)을 분할시켰다.

CNC를 사실상 장악한 인물이 장 부원장이라는 소문이 중국 통신업계에선 정설로 통한다.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등 세계적인 미디어 거물들이 줄줄이 CNC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철저하게 베일 뒤에 숨어 있다. 언론 노출도 극도로 꺼린다. 부원장이라는 직위는 그의 '낮은 행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그의 성장과정에 관해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주렴 뒤의 황태자=사례1:2000년 8월 19일 중국-대만이 합작으로 초기 투자액 8억400만달러를 들여 상하이(上海)에 훙리(宏力)반도체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사례2:대만 각 은행의 간부 28명이 2000년 9월 중국 내 자사의 지점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이 두 사건에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불가능한 일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만은 반도체 같은 하이테크 업종이나 금융업의 중국 진출을 막고 있다. 핵심 분야의 중국 진출이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합작사업은 거침없이 추진됐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사건의 배후에 모두 장몐헝(江綿恒.49) 중국과학원 부원장이 있다는 것이다. 장 부원장은 중국의 최고실력자인 장쩌민(江澤民) 당군사위 주석의 장남이다.

장 부원장은 대만 최대 재벌인 포모사플라스틱그룹(臺塑) 왕융칭(王永慶)회장의 장남 윈스턴 왕(王文洋)과 손잡고 훙리 설립을 밀어붙였고, 대만 정부를 설득해 은행가의 방중을 끌어냈다. 장 부원장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IT 분야에서 장 부원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중국 최대 통신회사인 차이나 텔레콤을 보자. 이 회사는 4년 전 양쯔(楊子)강 이북 지역을 관할하는 통신회사 차이나넷컴(CNC)을 분할시켰다.

CNC를 사실상 장악한 인물이 장 부원장이라는 소문이 중국 통신업계에선 정설로 통한다.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등 세계적인 미디어 거물들이 줄줄이 CNC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철저하게 베일 뒤에 숨어 있다. 언론 노출도 극도로 꺼린다. 부원장이라는 직위는 그의 '낮은 행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그의 성장과정에 관해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홍콩 창장그룹 회장 아들 리처드 리] 최대 인터넷.통신회사 이끌어

◇정열의 수퍼보이=홍콩에서 '수퍼보이'(Super Boy)는 고유명사다. 홍콩의 최대 통신.인터넷 회사인 PCCW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리(李澤楷.38)를 가리킨다. 그의 부친은 아시아 최대 부호로, '초인'(超人.Superman)으로 불리는 리자청(李嘉誠) 창장(長江)그룹 회장이다. 그는 개인 재산만 100억달러가 넘는다.

창장그룹 내 부동산 총괄 회사인 허치슨 왐포아를 맡고 있는 그의 형 빅터 리(李澤鉅)에게는 수퍼보이란 별명은 없다. 리처드 리가 '수퍼보이'가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노력과 실력, 그리고 배짱 덕분이다. 그는 158억홍콩달러(약 2조4000억원)를 들여 첨단산업단지인 '사이버 포트'를 건설하고, 홍콩텔레콤(HKT)을 인수하면서 홍콩 내 IT업계의 거물로 떠올랐다. 미국 유학 뒤인 1990년, 그는 스타 TV를 세워 3년 만에 1500억원을 받고 팔아치우는 수완을 발휘했다. 2000년은 그에게 최고의 해였다. HKT를 380억달러(약 46조원)에 인수해 PCCW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출범 초 PCCW의 주가는 19만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후 4년간 1400억홍콩달러(약 21조원)의 적자를 낸 뒤 PCCW의 주가는 주당 850원까지 폭락했다. 후발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린 탓이다. 그는 좌초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다.

리처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PCCW를 살리기 위해 유선 전화.통신의 비중을 낮추고 무선전화와 제3세대 이동통신(3G)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홍콩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 경영진을 영입했다. 여기에다 PCCW의 부동산 개발 전략을 세웠다. PCCW가 갖고 있는 땅 5000여평을 주택.상가 등으로 개발해 적자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근검하고 조용한 부친과는 대조적으로 리처드는 정열적이고 자유분방하다. 그는 호화 아파트에서 살면서 필요하면 누구에게든지 밤낮없이 전화한다. 그는 99년 말 뉴밀레니엄 파티에 휘트니 휴스턴 등을 초청해 개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싱가포르 리콴유 前총리 아들 리셴룽] 인터넷망 확충…차기 총리 낙점

◇1인자 같은 2인자=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52)부총리 겸 재무장관 겸 중앙은행장이 이달 초 중국 쑤저우(蘇州)공업원 설립 10주년 리셉션에서 '싱가포르-중국의 IT 연계발전'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곳은 리 부총리의 부친인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와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이 윈-윈 게임 차원에서 설립했다. 그동안 16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연간 365억위안(약 5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리 부총리는 쑤저우를 중국의 IT산업으로 통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삼겠다는 결심을 굳힌 상태다.리 부총리는 집권 인민행동당(PAP)으로부터 차기 총리로 지명돼 8월께 고촉통(吳作棟)총리 후임으로 집권하게 된다. 국외로부터 부자권력 세습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리 전 총리는 "(아들이)총리로 추대된 것은 13년간 부총리 직을 수행하면서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리 부총리는 2001년 직접 '경제검토위원회(ERC)'를 만들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휘청거리는 싱가포르의 경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정.관.학계 인사 1000여명이 참여해 2018년까지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내용은 ▶법인.소득세 인하 ▶IT.서비스 분야의 기업 창업 우대 ▶인적 자원 개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 등이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신장섭 경제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의 제조업 가운데 IT분야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며 "리 부총리는 싱가포르 전체를 하나의 인터넷 라인으로 연결하는 '싱가포르 원'을 구성토록 독려하는 등 IT 프로그램을 밀어붙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포컴 21 마스터 플랜'도 이끌고 있다. 2005년까지 IT산업 규모를 40억싱가포르달러(약 2조7000억원)로 확대하고, 정보통신 분야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을 50%에서 70%로 높이는 게 목표다. 그 덕분에 올해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6%를 웃돌 전망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