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의 어업협정 파기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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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이 공해에서 조업중인 우리 어선을 연이어 나포하더니 드디어는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할 뜻까지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우리 어선 나포로 빚어지고 있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양국 외무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협상시한을 설정하며 우리측에 통보된 것이다.

국가간의 협정이라는 것이 영원불변한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일본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한.일어업협정체결 역사를 되돌아 보자. 이승만 (李承晩) 대통령의 평화선 선포로 일본어선이 우리 연안에서 조업할 수 없게 되자 일본의 간청에 의해 국교정상화의 일환으로 어업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일본은 우월한 기술과 자본으로 그후 20여년간 우리 연안해역을 휩쓸었다.

최근들어 우리 어업이 발전하자 일본은 자국어민보호를 구실로 협정파기 위협까지 내놓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전형적인 국가이기주의적인 발상이다.

일본이 어업협정 개정에 목을 매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통상기선 (通常基線) 을 기준으로 한 현 협정을 개정하면서 일방적으로 설정한 직선기선 (直線基線) 을 인정받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EEZ) 설정의 기준이 되는 직선기선은 국제법과 관례, 그리고 이해당사국과의 사전협의에 의해 설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본은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을 넓히는데만 혈안이 돼 무리한 기준에 의해 우리와는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직선기선을 선포했다.

이렇듯 어업협정개정 문제는 내막적으로는 어업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바다영토 늘리기 작전과 연계돼 있다.

몇차례 어업협정 실무회담결과도 어업쿼타문제.재판관할권문제등은 이미 거의 합의됐으나 영해와 관련된 부분만 타결이 안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36년의 침략사를 잊고 이번에는 바다영토를 늘리는데 이렇듯 혈안이 돼 있는 점을 주목한다.

정부도 일본이 이런 식으로 오만방자하게 나오는데는 우리 외교에 문제가 없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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