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사모' 타령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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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 그저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총회에 참석해 "개혁에 성공하려면 주체 세력이 필요한데, 많은 숫자도 필요없고 바로 노사모의 힘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 "지금도 노란 티셔츠와 노란 풍선을 보면 제 가슴은 뜨거워진다"고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현 정권이 언제까지 노사모를 붙잡고 정치를 할 것인지 안타깝다.

노사모에 대해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 애정을 갖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노사모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당선될 때까지 결정적 역할을 했고, 탄핵 위기 속에서 촛불시위 등으로 노 대통령 지키기에 앞장섰던 단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탄핵의 늪에서 벗어난 데 대한 자축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흔히 정치인들이란 지지모임에 참석하면 다소 과장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고, 그들과 연대의식을 표시하는 발언을 하곤 한다. 그런 사정을 충분히 감안한다 해도 이날 발언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문 의원은 "일본 메이지유신은 112명이 했다"며 '노사모=개혁 주체 세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며 국민의 대통령이지 노사모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문 의원의 발언을 전해 듣는 일반 국민으로선 "자기네들끼리 하겠다는 거냐"하는 반감과 소외감을 갖지 않겠는가. 문 의원은 노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얼마 전까지 대통령 정치특보로서 대통령의 심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으로 돼 있다. 그의 발언은 노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설움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결과"라는 그의 발언은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연관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탄핵 사태도 마무리됐고, 여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했다. 소수 세력이란 피해의식은 떨쳐버려도 된다. 노사모에 대한 애정은 이제 가슴에 묻어두고 국민을 바라보는 대도의 정치를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