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식품안전보호구역이 필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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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린 존(Green zone)은 안전한가?

학교보건법에선 교문에서 200m까지를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린 존이다. 여기선 무도장·노래방·비디오방·담배자동판매기 등은 설치 불가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국 초등학교 주변에서 사탕·과자 등 어린이가 선호하는 식품 575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13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 문제된 식용색소 적색2호·사카린·곰팡이·대장균·산가(酸價) 등은 엄밀히 말하면 어린이 건강에 유해하다기보다는 현행 기준을 위반한 측면이 더 크다.

‘타르 색소’의 일종인 적색2호가 발암성 논란으로 미국에서 모든 식품에 사용 금지된 것은 맞다. 그러나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식품규격회(CODEX)와 EU·일본에선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간주한다. 국내에선 지난해 9월부터 어린이용 식품에 국한해 사용을 금했다. “어쨌든 안전성 논란이 있는데 굳이 어린이 식품에까지 쓸 필요가 있나”하는 차원이었다.

사카린도 발암성 논쟁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지금은 CODEX·미국·EU·일본이 모두 사용을 허용한 인공 감미료다. 우리도 젓갈·김치·음료·어육가공품·뻥튀기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식약청 박혜경 식품첨가물과장).

곰팡이는 식중독균이 아니다. 곰팡이가 내는 아플라톡신·지랄레논 등 곰팡이 독이 식중독의 원인이다. 대장균도 99.99%는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은 O-157 등 극히 일부다. 이들을 병원성 대장균이라 부른다.

산가는 기름(식용유)의 신선도를 나타낸다. 식품의 산가가 기준보다 높은 것은 기름을 장시간 여러 번 사용했다는 간접 증거다.

그렇다고 기자는 식약청의 이번 조사 결과를 ‘그나마 식중독균·발암물질이 없어 다행이네’라고 여기진 않는다. 더 자세히, 더 광범위하게 들여다 봤다면 식중독균·유해 물질이 나왔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서다. 2004년 소비자원, 2005년 중앙대·소비자시민모임이 초등학교 주변에서 팔리는 식품을 검사했을 때도 포도상구균 등 식중독균이 나왔다. 사정은 그때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전국의 초등학교 그린 존엔 문구점·분식점·식품가게 등이 1만4910곳이나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 업소다. 여기서 팔리는 식품도 저가제품 일색이다. 이번 식약청 조사에서도 100∼300원대가 70%에 달했다. 단가가 500원이 넘는 것은 8%에 불과했다. 국적도 중국·베트남 등 17개국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2007년 4월 식약청 초등학교 104곳 주변 조사).

값이 싸면서 위생 등 질적으로도 우수한 제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 어린이에게 ‘알록달록하고 달콤한 유혹을 멀리 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학교 주변을 식품안전보호구역(Green food zone)으로 지정해 어린이가 선호하는 식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가 학교 주변 업소의 위생시설 개선을 위해 식품진흥기금 등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 주변 식품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한 식품위생 교육의 실시·내실화도 필요하다(단국대 식품영양학과 정윤화 교수). 어린이에게 무자료 식품을 팔고, 냉장·냉동 온도를 지키지 않는 행위, 그리고 식품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판매자의 책임을 함께 묻는 것도 고려해야 할 때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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