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성공과 실패를 탐구한 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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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육학) 교수의 '20세기를 움직인 11인의 휴먼 파워' (살림刊) 와 역시 미국 저널리스트 바바라 터크먼의 '독선과 아집의 역사' (전2권.자작나무) 는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바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참된' 지도자의 현현 (顯現) 을 소망하는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본격 대선정국 속에서 이전투구 (泥田鬪狗) 의 구태를 되풀이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0세기를…' 와 '독선과…' 는 리더십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목표를 내세운다.

또한 지금까지 수없이 쏟아진 리더십 이론서와 달리 역사상의 인물들을 세세하게 고찰한다는 공통점도 보인다.

그러나 두 책의 서술은 정반대 방향에서 출발한다.

앞 책이 각 분야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반면 뒷책은 오히려 권력자들의 우행 (愚行) 을 통해 후세인들을 경계한다.

리더십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조명한다고나 할까. 독자의 입장에선 두 책을 비교하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우선 '20세기…' 에는 모두 11명의 지도자가 등장한다.

일반적 의미의 정치가는 마거릿 대처 전 (前) 영국총리 한명 뿐. 미국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원자탄 개발을 지휘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 30세에 시카고대 총장에 오른 로버트 허친스, 미국 제너럴 모터스사의 뼈대를 만든 앨프레드 슬론 2세 등등. 종파.국가간의 갈등을 조정한 교황 요한 23세, 흑인 민권운동의 기수 마틴 루터 킹도 거론된다.

"지도자란 정치.군사적 거인이 아닌 타인의 행동.태도.느낌에 커다란 영향을 준 사람" 이라는 저자의 기준에 따라 선정됐다.

이들을 한데 묶는 끈은 창조적 사고와 실천력. 대학.기업.군대.교회등 분야는 달랐지만 동시대인들이 지녔던 의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이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발굴하려는 창의성은 물론 이를 현실로 옮겨 실천하는데 남다른 노력을 경주했다.

생각만 있고 실천하지 않으면 위선자에 그치기 때문. 지도력의 핵심은 소속 집단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 구성원들의 '속내' 를 제대로 읽고, 나아가 한단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곧 지도력의 발휘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민의' (民意) 파악이 선결조건이라는 뜻. 저자는 특히 마하트마 간디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

국가와 민족의 간극을 넘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는 신념을 주창하고, 또한 사생활에서도 철저하게 실천했던 까닭이다.

'독선과…' 는 결론적으로 민의 파악의 실패 모음집이다.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무시하고, 또한 별다른 비전도 없이 오직 권력욕에만 사로잡혔던 통치자들의 실정 (失政)에 십자포화 (十字砲火) 의 비판을 퍼붓는다.

책에는 크게 4가지 사건이 분석된다.

▶수많은 경고를 무시하고 그리스의 목마를 끌여들여 멸망한 트로이인▶개혁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타락 일로에 빠진 르네상스 시대의 교황들▶여야 (與野) 간 당쟁으로 날을 세우다 미국 독립의 불씨를 제공한 영국의회▶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 정권 재창출을 위해 병력과 물자를 낭비하다 결국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미국등이다.

"독선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보편적 현상인가" "우둔함은 세상에 만연된 만성질환이요 사람들은 경험에서 배우기를 거부하는가" 는 질문에선 역사에 대한 저자의 비관적 인식도 감지된다.

우리 사회에도 널린 퍼진 정치 허무주의의 뿌리를 곰곰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민의 뜻에 반 (反) 하는 지도자와 정권은 파멸하고 만다는 철리 (哲理) 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의 훌륭한 거울이 되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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