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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개봉 '안나 카레니나' 불륜옹호로 오히려 더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주연하고 미국의 버나드 로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신 (新) '안나 카레니나' 가 최근 러시아에서 개봉돼 색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톨스토이의 불후의 명작인 '안나 카레니나' 는 그동안 그레타 가르보.비비안 리등 세계 정상급 여배우들을 주연으로 바꿔가며 서방에서만 20여차례 영화화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주연 여배우에 따라 성격이 좌우돼온 '안나 카레니나' 의 이번 '소피판' 은 에로틱한 면과 페미니즘이 크게 부각된게 특징이다.

특히 매혹적인 관능미를 지닌 소피 마르소가 불륜을 간접적으로 옹호하고 있어 원작의 의도가 왜곡된 일면도 있으나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고 있다.

본래 '안나 카레니나' 는 불륜이 미덕이나 다름없던 19세기에 러시아 상류층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쓰여진 교훈적인 소설이다.

이소설은 연상의 여인 안나와 청년장교 브론스키의 불륜과, 키티와 레빈 커플의 평화로운 가정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토대를 두고있다.

건전한 가정을 사회의 밑거름으로 보는 톨스토이의 의도는 후자를 찬양하고 전자를 징계하는데 있다.

그러나 오락성과 상업성을 신조로 하는 할리우드에서 대문호의 도덕성이 발디딜 틈이 있을리 없다.

그래서 소피 마르소의 안나는 사회의 편견에 몰려 비극적 죽음을 맞는 가련한 여주인공으로, 브론스키 (숀 빈扮) 는 늠름하고 섹시한 이상적인 남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더구나 소피 마르소의 영화속 여성해방 선언은 그녀에게 안나보다는 잔 다르크에 가까운 이미지를 부여한다.

문학 텍스트를 영화로 확장하는데는 나름대로의 문법이 있다.

낡은 엄숙주의를 벗어버리고 에로티시즘의 영상미학을 부여한 것이 새 영화 '안나 카레니나' 의 흥행 비결이다.

<최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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