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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 ‘작작책’이 놓은 인연의 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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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연은 본지 기획 연재 ‘작가가 뽑은 작가의 책’(이하 ‘작작책’)에서 시작됐다. 신경숙→박완서 『친절한 복희씨』→김연수 『밤은 노래한다』→김원우 『모서리에서의 인생독법』으로 이어진 추천 릴레이에서 김씨는 작가 지명도로 따지자면 신인과 다름없는 이씨의 작품을 추천했다.


이씨는 등단 13년차 소설가이자 일간지 산업부 현직 기자다. 소설은 시와 달라서 엉덩이 붙이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재능이 이기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이씨는 주말을 꼬박 활용해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이문환의 첫 장편 『플라스틱 아일랜드』(문학동네)는 그러나 초판조차 다 팔리지 못했다. 지난해 대산문학상과 문학동네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수상작 아닌 후보작에 눈길 주는 이는 없었다.

이씨는 “경제적으로 따지자면 주말을 집필에 투자해 인세를 받느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뛰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고 했다. 작품 보는 눈이 엄정하기로 소문난 대선배에게 추천을 받은 건 그에겐 하나의 사건이었다.

“사전은 죽어도 정복하지 못하겠지만 한국인이 남긴 언어를 할 수 있는 한 다 써보자”는 게 김원우의 문학정신이다. 그런 그가 “작가의 이름값만으로 평가하는 건 안 될 일”이라며 자신과는 스타일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새파란 후배를 추천한 것이다. 이씨는 “방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선생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원우씨는 대구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방에 외따로 떨어져 있기도 하고, 성격상 가까운 사람 외에는 잘 만나지 않는 선생에게 초면의 후배 작가와의 술자리는 특별한 일”이라는 게 강출판사 정홍수 대표의 설명이다. ‘작작책’이 작가와 작가 사이에 인연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김원우 선생의 책을 추천한 소설가 김연수(39)씨도 흔쾌한 이날 자리에 뒤늦게 합류했다. 아쉽게도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하는 이는 없다. 자리에 모인 이들이 이미 기분 좋게 대취한 뒤라서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 본점은 ‘작작책’에 소개된 책들만 모아놓은 서가를 마련했다. 문학의 향취에 대취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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