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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임의 시대에 용납 안 될 민주노총의 위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0호 02면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했던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던 사실이 드러났다.

폭행에, 은폐에 2중의 범죄다. 성폭행당할 뻔한 여성은 구속된 이석행 전 위원장을 자기 집에 숨겨 준 전교조 소속 여교사이기도 하다. 사건이 벌어진 건 이 전 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6일이었다. 여교사의 대리인인 인권실천시민연대 측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등 핵심 간부가 은신처를 제공했던 여교사를 밖으로 불러냈다고 한다. 이 간부는 여교사에게 “이 위원장이 집으로 찾아와 숨겨 줬다”고 경찰에 진술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도피를 기획한 민주노총 간부가 범인 도피 은닉죄에 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위증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 간부는 이어 택시를 타고 여교사 집까지 쫓아가 성폭행하려 했다.

성폭행 시도 사실은 12월 26일 민주노총 이용식 사무총장에게 보고됐다. 여교사 측 변호사와 시민단체는 “(민주노총이)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주장한다.

사법당국의 조사에서 진위가 드러나겠지만 여교사 측의 주장대로라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경찰에서 허위진술을 해 달라며 조직적으로 범죄를 축소·은폐하려 한 셈이다. 도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던 민주노총의 파렴치함과 위선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자기 눈의 들보는 놔두고 남의 눈의 티끌을 빼야겠다는 그들의 행태가 새삼스럽다. 민주노총은 이전에도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2005년 기아차 노조와 현대차 노조의 채용비리, 수석부위원장의 수뢰, 2006년 쌍용차 노조의 급식비리로 사회적 비난에 시달렸던 전력이 있다. 2005년 10월엔 이수호 전 위원장의 지도부가 조합 간부의 비리로 총사퇴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부위원장 7명 중 5명이 동반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 정도로는 조직 보호의 목적을 위해 범죄 은폐라는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의 태도가 용납될 수 없다. 민주노총은 그렇지 않아도 공동체의 경제위기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구나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강·온 파벌의 주도권 다툼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성폭행 미수 사건이 공개된 것 자체가 계파 간 권력 투쟁의 결과라는 말이다. 그 추악한 정치성에 기가 질린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 사건이 선명성 경쟁을 부추겨 민주노총을 대정부 투쟁으로 몰아갈 것이란 예측도 한다. 민주노총이 사태 파악을 못하고 또다시 정치 투쟁에 나서면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질 것이다.

세상은 이제 신념의 시대에서 책임의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자기 반성 없이 남 탓만 하는 행태를 오냐오냐 하며 봐줄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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