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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억류 우리선장 첫 재판 - 장기구금 불가피.인권침해 소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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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직선기선 영해를 둘러싸고 외교마찰이 계속되는 가운데 14일 오후 일본에는 두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됐다.

김태지 (金太智) 주일대사는 오후2시 일본의 야나이 (柳井) 외무차관을 면담해 ▶억류선장 석방▶폭행행위 사과▶나포중지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국의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 (12일)에서 결정된 정부입장을 일본측에 전한 것이다.

일본은 그러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NHK방송은 지방 현지신문의 보도내용을 인용해 시마네 (島根) 현 부근 12해리 영해 바깥에 일본어민들이 설치해놓은 게 양식장에 한국어선들이 습격, 게를 대량 약탈해가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좀더 쓸쓸한, 그러나 주목해야할 것은 오후3시 시마네현 하마다 (濱田) 시 재판정에서 열린 대동호선장 김순기씨에 대한 1차공판이었다.

외교적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 84년 일본영해를 침범해 30만엔의 벌금을 문 일이 있다는 이유로 석방대상에서 제외된 채 정식기소됐다.

히로시마 (廣島) 총영사관의 한차례 면회와 통역을 도와주는 재일교포를 제외하곤 면회 한번 받지 못한 채 하마다구치소에서 한달이상 구속돼 있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金씨의 재판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끌 전망이다.

당장 일본의 직선기선 영해와 그에 따른 나포가 적법한 것이냐에서부터 대동호가 고의로 직선기선 영해를 침범했느냐의 여부에 이르기까지 다퉈야할 법률쟁점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金씨는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채 국선변호인으로 어려운 재판에 임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재판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일본의 직선기선 영해를 인정하는만큼 관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金씨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무고한 시민이다.

한.일 어업협정에 따른 합법적인 수역에서 조업하다 일본 법정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변호사들도 새로운 영해법과 한.일 어업협정이 모순되는 상황에서 장기구금이 불가피한 金씨에 대한 인권유린을 걱정하고 있다.

金선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독방에 갇힌 채 한.일간의 수역분쟁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할 상황이다.

[도쿄=이철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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