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3년탈상 선언한 북한, 김정일 '유일한 후계자' 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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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은 8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일성(金日成)사망 3주기 중앙추도대회를 열어 3년상 탈상(脫喪)을 공식 선언하고 김정일(金正日)을 유일한 후계자로 받들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정일과 당.정.군 고위간부들,평양시민이 대거 참석한 추도대회에서 부총리 김영남(金永南)은 김정일을 대신한 추모사에서“추도대회는 김일성 동지의 서거 3년상을 거행하고 탈상하는 자리”라면서“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할 것”을 강조했다.

金부총리는 특히 김일성이 이미 오래전 영도의 계승문제(권력승계)를 훌륭히 해결했다고 밝히고 김정일을'김일성의 가장 충직한 계승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북한방송들은 김정일을 여전히'국방위원장겸 군최고사령관'으로 호칭,아직 그의 공식 지위엔 변화가 없음이 확인됐다.

행사 주석단에는 와병중인 총리 강성산(姜成山)이 4명의 부주석 다음에 언급돼 건재를 과시했고 그동안 총리직을 대행한 홍성남(洪成南)은 부총리들과 함께 자리했다.

또 김일성의 미망인 김성애(金聖愛)여맹위원장이 예우차원에서 맨 마지막으로 언급됐고 숙청설이 나돌던 당군사부장 이하일(李夏一)도 차수그룹의 선두에 자리했다.

관심을 모았던 군부인사들중 호위총국장 이을설과 군총정치국장 조명록.총참모장 김영춘은 당정치국 정위원과 후보위원 사이에,사회안전부장 백학림과 국가검열위원장 전문섭은 당비서와 부총리 사이에 각각 위치했으며 이하일.김일철.김익현.전재선등 차수그룹은 부총리 뒤에 자리했다.

이날 행사는 탈상의 의미에 걸맞게 웅대한 규모로 치러졌다.수만명의 군중들이 모인 금수산기념궁전앞 광장에는'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붉은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김정일을 목숨으로 지켜 혁명위업을 완수하자는 내용의 구호가 메아리쳤다.

전역이 떠들썩한 대규모 행사는 북한 식량난이 과연 사실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인민무력부 토론회를 시작으로 영화상영.미술전시회가 이어졌고 5일 평양에선 김일성을 추모하는'추억의 밤'행사가 열렸다.

김일성 전집 제18권과 명언집.추모설화집의 발간이 잇따랐고 8종의 기념우표가 발행됐다.

금수산기념궁전의 성역화를 위한 확장공사는 지난달 29일 완료됐다.관계당국은 이 공사에만 북한이 2억달러(약 1천8백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했다.7일엔 김일성의 사망 당시 나이에 맞춘 82높이의'김일성 영생탑'이 준공됐다.

그러나 장문(長文)의 추모사와 당.군.청년대표들의 연설에는 화려한 수사와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표현만이 있을 뿐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나 과업은 제시되지 않았다.김정일의 연내 권력승계가 점쳐지지만 수해와 경제난으로 얼룩진 북한주민의'고난의 행군'끝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이영종 기자

<사진설명>

8일 김일성 사망 3주기를 맞아 평양의 금수산 기념궁전에서 열린 중앙추도대회에 참석한 김정일의 모습이 일본의 NHK-TV에 방송됐다.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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