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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금 파업할 이유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금이 어느 때인가.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기업마다 부도위기를 힘겹게 넘기면서 하루살이에 바쁜 불황기다.건실한 대기업마저 자금에 쪼들려 임금.해고문제를 사용자측에 일임할만큼 노사가 단합해야 겨우 살 길을 찾는 어려운 고비다.이런 시점에서 공공부문 노조들이 연대파업을 하겠다고 한다.그것도 합법적이고 현실성 있는 주장이라면 또 모른다.노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를 내걸고 관철 안되면 파업하겠다는 것이다.

이래선 안된다.노사가 힘을 합쳐 어려운 고비를 넘겨도 불황국면을 벗어날까 말까인데 국민생활과 직결된 공공부문 사업 종사자들이 파업을 선도한다는 것은 공익에도 맞지 않고 국민정서에도 어긋나는 명분없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본다.

진행중인 지하철노조 요구안을 보자.크게 보면 21.9% 임금인상에 해고자 19명 복직과 법원에 계류중인 51억원 손배소송을 취하해 달라는 요구다.이중 해고자 복직문제나 손배소취하건은 임단협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주장을 해놓고 안되면 파업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51억원 손해배상이란 지난번 지하철 불법파업으로 발생한 손해를 노조가 물어야 한다,아니다로 법정에 계류중인 문제다.법의 심판을 받은 뒤에야 결정할 사안을 노사협상 대상으로 내놓고 안되면 파업이란 것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협상이 결렬됐다고 바로 파업에 들어갈 수 없도록 새 노동법에 돼 있다.시민의 발인 지하철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회부 대상으로 15일간 중재기간을 가질 수 있다.그토록 우여곡절을 겪었던 새 노동법을 노조 스스로 무시하고 바로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인가. 지하철.의료보험.조폐공사.병원등이 모두 국민생활과 직결된 공공사업장이다.공익을 중시하고 고통분담을 앞장서 호소해야 할 노조들이 어째서 이토록 공익과 법을 무시한 채 툭하면 파업이라는 결의를 할 수 있는가.공공부문 노조의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이다.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합법화된 민주노총의 조정능력과 지혜로운 판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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