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살린 교사의 7년 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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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청정(淸淨)지역의 지표인 반딧불이 다시 내 고향 무주의 자랑거리가 될 것입니다.” 전북무주군설천면 구천초등학교 교사 김호진(金浩震.52)씨의 7년간에 걸친 반딧불이 살리기 노력이 결실을 보았다.최근 무주리조트측이 멸종위기에 놓인 무주 반딧불이를 보존하기 위해 金씨와 함께 서식지를 조성키로 한 것이다.

설천면에서 출생한 金씨가 반딧불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2년 11월 반딧불이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되면서 부터.金씨는 평소 무심코 보아왔던 반딧불이 귀중한 향토유산이란 사실을 깨닫고 두 아들과 함께 남대천.덕유산 등지를 찾아다니며 반딧불이 생태연구에 나섰다.수년간 공을 들인 결과 86년 金씨는 국내 처음으로 반딧불이 인공양식에 성공했다.

89년 무주 개발이 시작되자 그는 반딧불이 보존에 뛰어들었다.

식당.여관이 들어서면서 이곳에서 나오는 흙탕물이 모두 남대천으로 흘러들어 반딧불이의 숙주(宿主)인 다슬기가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오지(奧地)였던 무주 개발에 공감한 金씨였지만 뜻을 모아 환경단체를 만들고 무주리조트와 보이지 않는 긴 싸움을 시작했다.

무주리조트측은 金씨의 성화 때문에 91년 탕류 정화장치를 만들었지만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그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그러다 최근'반딧불이 사라지면 무주도 죽는다'는 金씨의 집념에 무주리조트도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무주리조트내 한솔동~네솔동에 이르는 2백여구간에 인공천을 만들어 부근 2천여평의 숲을 반딧불이 서식지로 조성키로 한 것이다.

金씨는“서식지가 완성되면 도시 아이들이 수만마리 반딧불이와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산 교육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김태진 기자

<사진설명>

김호진교사가 리조트 단지내에 조성키로 한 반딧불이 서식지에서 수온.유속등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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