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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 ‘일등 공신’ 은 CC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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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3시 군포시 대야미동 군포보건소 앞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던 여대생 안모씨 앞으로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멈춰섰다. 잠시 후 에쿠스는 안씨를 태우고 안산으로 향했다. 안씨는 그날 이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안씨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보건소 CCTV 화면을 확보했다. 경찰은 군포보건소에서 안산 성포동까지 12㎞ 구간에 설치된 CCTV 300여 대를 뒤져 차량번호 7000여 개를 뽑아냈다. 한 달 동안 1200여 명의 차량 소유주를 찾아가 당일 행적을 확인했다. 차량번호 OOOO 에쿠스 운전자에게서 수상한 점을 찾아냈다.

지난달 22일 경찰은 그 남자를 찾아가 알리바이를 캐물었다. 그는 “애인을 만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 시간 강의 집 앞 CCTV에는 강의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거짓 알리바이를 댄 것이다. 암매장 장소에서 9㎞ 떨어진 안산시 성포동의 농협 현금지급기에는 남자가 안씨의 카드를 가지고 70만원을 인출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기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강호순(38)이 붙잡히게 된 계기였다.

강의 살인행각을 멈추게 한 데는 이처럼 CCTV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희생자인 안씨 실종 40일 전 설치된 신형 디지털 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운행 중인 차량의 번호판도 명확히 촬영하고 통과시간·구간 정보를 저장하는 차량번호자동인식시스템(AVI)을 갖춘 덕분이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범죄 예방을 위해 올해 안에 1724대를 도내에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또 금융감독원과 협조해 얼굴인식 현금자동지급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경찰청에 건의했다.

그러나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이나 ‘빅브러더’(감시·통제사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비용 대비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안산=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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