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56. 유학파 영화감독들 귀국해선 흥행실패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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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광과 함께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외국에 유학하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세계 곳곳의 유명한 영화학교에서 한국 학생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특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곳은'미국의 3대 영화과'로 일컬어지는 NYU,UCLA,USC 등이다.특히 이곳의 영화제작석사(MFA)는 본토 학생들도 입학.졸업이 매우 까다롭고 졸업때까지 등록금이 10만달러를 호가하는 등 수준높고 철저한 교육으로 유명하다.

도미한 유학생들은 대부분 이들 학교의 MFA를 꿈꾸지만 정작 이 과정을 제대로 마친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따라서 유학생의 대부분은 MFA를 준비하기 위해 학부과정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에따라 영화제작 자체보다는 중간에 영화이론이나 영화산업경영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 유럽쪽 영화학교들 가운데 코스타가브라스,장자크 아노 등을 배출한 파리의'페미스'는 독일의 세계적 감독 빔 벤더스도 입학에 실패했을 정도로 어렵고 동양인에게 배당되는 기회도 적으나 입학후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작비로 마음껏 제작을 경험할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키에슬롭스키,안제이 바이다 등을 배출한 폴란드의 우쯔영화학교도 첨단 기자재 사용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있으나 경험많은 세계 최고의 강사진과 스탭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럽의 학교들은 결정적으로 제2외국어인 현지어를 철저히 습득해야한다는 부가적인 장애도 있다.

또 장이모우,첸카이게를 배출한 중국의 북경영화학교에도 문을 두드리는 감독지망생이 늘고 있다.최근 홍콩반환에 즈음해 제작된'아편전쟁'을 만든 세이진 감독이 교장으로 있는 상해 영화학교에도 문을 두드리는 숫자가 속속 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유학이 영화감독의 왕도는 결코 아니다.

유학하고 온 감독들은 대부분 교과서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도 평단에서나 흥행성적 면에서 동시에 실패를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아니라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 따게 되는 MFA가 독립영화감독 데뷔조차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젊은 영화인 사이에서는 영화제작은 물론 일반 교육도 별로 받지 못한 비디오 가게 점원출신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우상으로 여겨질 정도다.영화제작 교육의 헛점을 간파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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