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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륙 경제중심 어디로 갈것인가 - 홍콩 對 상하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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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됨에 따라 앞으로 중국대륙의 경제중심이 어디로 쏠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세기 희망봉 발견이후 베네치아가 경제중심지로서의 수명을 다한 것처럼 홍콩도 상하이(上海)에 그 역할을 넘겨줄 것이다.”(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홍콩과 상하이는'용(龍)의 두 눈'이며'비행기의 두 엔진'과 같다.두 도시는 상호 역할분담 체제아래서 중국경제의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이다.”(중국 관영 인민일보) 홍콩의 미래에 대한 시각은 이처럼 엇갈리지만 현재로서는'경쟁론(홍콩위축론)'이'보완론(역할분담론)'보다 우세하다.

경쟁론을 펴는 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홍콩경제의 최대 장점이었던'자유로운 기업환경'의 파괴 가능성이다. 중국이 향후 50년동안 1국가 2체제(一國兩制)유지를 약속했지만 확실히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이다. 중국과 홍콩당국의 체제유지 보장에도 불구하고 반환직전까지 적지않은 홍콩인들과 외국자본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는 사실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정치불안은 외국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할 것이며,외국자본이 빠져나간 홍콩은 중국의 일개 항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경제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최근 아시아 10개국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반환후 홍콩경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59.9%가“중국정부의 의도에 따라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답한 사실이 이런 주장을 더욱 설득력있게 한다.

체제문제외에 홍콩경제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점들도 홍콩의 향후 위상을 어둡게하는 중요한 요소로 지적된다.

중국정부가 상하이등 연안도시들을 무역항으로 집중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수출의 70%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왔던 홍콩의 위상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홍콩이'자유항'으로써의 이점을 잃어가고 있는 이상 외국기업들이 중국내 다른 항구보다 선적료.땅값등이 훨씬 비싼 홍콩을 중개무역항으로 택할리가 없다는 설명이다.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홍콩의 선적비용은 상하이보다 2.5배 비싸며(40피트 컨테이너 기준 2백50달러)▶비즈니스맨들의 하루 체재비(4백74달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대만과의 거래도 양안(兩岸) 직항로 개설로 크게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도 중국정부가 9차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상하이의 푸둥(浦東)지역을 중국 최대의 금융중심지로 키운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2010년에 홍콩은 홍콩화폐와 홍콩헌법서적등 골동품을 판매하는 중국의 한 도시로 전락할 것”(스위스 펀드매니저 마크파버)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홍콩의 장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측도 적지 않다.그 시발점은 중국정부의 체제유지 약속에 대한 신뢰다. 이들은'식민자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정서와 관계없이 중국정부는 경제발전의 엔진역할을 할 수 있는 홍콩을 무시할 수 없으며,결국 홍콩을 중국의 중요한 대외무역기지로 유지.발전시킬 것으로 믿는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상하이와 홍콩의 역할분담론이다. 사실 홍콩의 장래를 낙관하는 측도 50년후를 장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홍콩의 역할을 상하이등 다른 도시가 맡게될 때까지는 홍콩과 상하이가 서로 특장점을 유지하며 발전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주광디(朱匡迪)상하이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홍콩은 외국자본의 중국유치를 맡는 국제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계속하고 상하이는 국내금융과 산업.과학.기술및 교육중심지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스위스은행등 스위스 3대은행은 홍콩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있고 관세자유항이라는 점을 들어 홍콩이 앞으로도 금융중심지의 역할을 상하이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부 중국 경제학자들은 상하이의 법적.제도적 미비점과 인력및 사회간접자본의 절대적 부족 때문에 앞으로 상당기간 상하이가 홍콩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상하이의 금융시장은 이제 태동단계이며,항만시설도 홍콩을 대체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푸단(復旦)대학 경제학과의 루 데밍교수는“상하이가 홍콩을 대신해서 국제금융중심지로 부상하려면 최소한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봉수 기자

<사진설명>

중국대륙의 경제중심지는 어디가 될까.세계 최대규모의 홍콩 컨테이너 항구와 상하이 금융중심지 번드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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