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만두도 안심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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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만두 전문 음식점들이 손님이 떨어져 울상이다.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 입구에 자사의 만두는 믿을 수 있다는 내용의 팻말이 걸려 있다. [김성룡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쓰레기 만두'를 제조.판매한 만두 제조업체 25곳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문제가 된 제품의 유통경로와 해당 업체의 명단을 10일 공식 발표한다.

저가의 불량재료를 납품받아 만두를 만들어 판 업체 중에는 대기업들도 포함돼 소비자들의 비난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경찰에 적발된 업체 가운데는 만두업계 10위권 내의 업체 네곳과 유명 제빵업체 두곳이 포함됐다.

현재 국내 만두시장 규모는 5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할인점.수퍼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만두 제품의 규모는 2000억원 정도다.

나머지 3000억원어치는 학교 급식 및 재래시장이나 일반 분식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들 만두는 150여개 군소 업체가 대부분 생산하며, 자체적인 판매루트가 없어 대기업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한 곳이 많은 편이다. OEM 제품 대비 자체생산 제품의 비율이 80대 20인 대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OEM 계약을 따기 위해선 최대한 원재료 값을 낮춰 저가의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쓰레기 만두' 파동은 이 같은 배경에서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만두에는 부추.숙주나물.두부 등 10여 가지의 재료로 만든 만두소가 들어간다.

'쓰레기 만두' 파동을 불러온 절임무는 만두에 씹히는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간다.

만두소용 절임무는 통무를 재료로 생산하는 게 정상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만두소용 절임무 생산업체들은 단무지 업체로부터 제조과정에서 남은 자투리나 썩은 무를 공짜로 받아 절임무를 만들었다.

당연히 버려지거나 가축사료로 사용돼야 하는 것들이다. 단무지 제조업체들로선 매년 500만원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단무지의 소금기를 빼는 과정에서 폐우물에서 퍼올린 비위생적인 물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 결과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과 대장균 등이 다량 검출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절임무는 마대에 담겨진 뒤 kg당 400~800원에 만두회사로 납품됐다. kg당 1000원인 정상무의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해 많은 만두제조 회사와 거래할 수 있었다.

박혜민.이철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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