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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경쟁적 확산 세계 경제위기 더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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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보호무역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영국·독일·러시아 등의 지도자들도 보호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자국 산업 보호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1일 보도했다.

보호무역을 둘러싼 갈등은 미국의 경기부양법안이 계기가 됐다.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에는 공공사업에 사용되는 철강은 반드시 미국산을 써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에 연 60억 달러 상당의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캐나다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조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퍼 총리는 19일 방문 예정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따질 방침이다. NAFTA 회원국인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1930년대 대공황 때 실시한 보호무역정책이 오히려 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들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경제위기에 따른 보호무역 확산은 ‘단일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흔들고 있다. 단일 경제체제를 무시하고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보호무역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유무역과 자국 산업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일랜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6개 은행에 대한 예금을 무제한 지급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가 EU 집행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영국에선 석유산업 종사자들이 외국 근로자들의 고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출신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했다. 피터 만델슨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영국 기업이 유럽 대륙에서 제한 없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듯이 대륙 출신 기업이나 근로자들도 영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호주의는 일시적인 경기 후퇴가 아닌 불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무역 움직임은 신흥 공업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수입 차에 대한 관세를 올렸다. 인도는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신설해 반발을 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수입되는 신발·자동차 부품에 대한 규제를 신설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아직까지는 보호무역에 따른 마찰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다른 나라의 무역보복 조치 등을 불러와 경기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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