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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모시기 묘안백출 - '바다가 싫다' 年평균 이직률 4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현대상선 임형도(林亨度.36)선장의 부인 박난희(朴蘭姬.36)씨는 최근 한달동안 남편이 모는 컨테이너선박에 동승해'선원생활'을 했다.

林선장은 한번 출항하면 최소한 6개월만에 한번씩 집에 돌아오는 탓에“가족과 함께 배를 탈 수 있다면 평생 바다생활을 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이번 동승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는 게 부인 朴씨의 전언이다.

더럽고(Dirty),위험하며(Dangerous),힘들다(Difficult)는 소위 3D 업종중 하나로 꼽히는 선원생활은 거리(Distance)가 하나 더 붙어 4D업종으로 불린다.

다른 업종과 달리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간 가족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고립감이 선원들의 가장 큰 고통이다.상선이든 원양어선이든 80년대까지만 해도 선원들의 급여는 육상직원의 2~3배나 많았다.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 격차가 1.5배 정도로 줄었다.여기에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확산과 맞물려 선원구하기가'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린 것이다.

해양대나 수산대를 졸업하고 병역특례에 따른 의무승선기간(3년)이 지나면 절반 정도가 항해와는 거리가 먼 육상근무로 바꾸고 일등항해사가 될 무렵(승선후 4~5년)엔 80% 이상이 배를 떠난다고 한다.선주협회가 집계한 상선 선원의 이직률은 93년 이후 연평균 40%를 육박한다.

한국해기연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원들의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어 92년 8만3천9백48명에서 지난해말 6만6백10명으로 4년만에 27.8%(2만3천3백38명)나 줄었다.이때문에 선사(船社)들은 부인등의 가족동승제를 비롯,선원과 가족들에 대한 각종 배려장치를 동원해 선원들을 바다근무에 붙들어매고 있다.

한진해운은 가족동승제뿐만 아니라 부산항에 배가 잠시 입항할 때면 육상직원들이 숙직을 대신하거나 급유.소모품및 화물하역작업등을 해준다.이 회사는 부산과 김해에 선원가족아파트 3백60여가구를 전세금 7백만원선에 마련해주고 있다.

한진은 또 최근 30년 내외의 선장.기관장 생활을 한 직원 4명에게'별'(이사)을 달아줬다.평생 배를 타면서 최고 선임선장.기관장으로 불렸으나 이사대우급인 선임선장을 이사로 한단계 올려준 것이다.일반선원들도 갑판수.갑판장식으로만 분류돼 있던 직급체계를 사원.주임.반장.직장등으로 세분화해 승진의 기쁨을 보다 많이 맛보게 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사무소에 가족상담실을 운영한다.이삿짐을 싣고 부리는 작업을 무료로 도와주고 경조사도 지원해준다.자녀의 교사를 만나 교육문제 상담에도 응해준다.아빠.남편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제도다.

배가 국내 항구에 일시 정박(대개 24시간 내에 출항)했을 때 집에 오가는 시간을 줄이고 선상에서 계속 일을 볼 수 있도록 가족들을 승선시켜 같이 지내게 해준다.선원자녀 1개월 캠프및 사생대회,선원가족 1일 등산대회,해상직원 자녀 2명 학자금 전액지원등의 제도도 운용한다.

동원산업은 매년 한차례씩 사장주재로 선원가족잔치를 마련해 가족들의 고충도 듣고 선물도 지급한다.배를 타고 있는 직원이 가족에게 생긴 문제를 알려오면 가정을 방문해 배를 타고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이사도 해주고 생일을 챙겨주기도 한다.

이 회사는 선장출신에게도 육상근무 임원이 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현재 이 회사 임원 15명중 5명이 선장출신이다.

대림수산의 경우는 부산 사무실 내에 선원가족 대기실을 만들어 가족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해준다.명절때 회사제품을 선물로 돌리는 것은 기본이다.연간 두차례 선원과 가족을 초청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이 회사 수산부 김영철(金永哲)이사는“선원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추세”라며“회사에 붙들어매기 위한 지원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병역특례대상 인원을 늘려주고 외국선원 채용 비율을 올려주는등 정책적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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