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라 … 즐겨라 … 앞쪽형 인간이 행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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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다양성, 집중력, 창의적 아이디어, 일에 대한 깔끔한 마무리, 적절한 감정 표현’. 성공과 행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1세기 한국인에게 요구되는 다섯 가지 요소다. 과연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물론 있다. ‘앞쪽 뇌’를 개발하면 가능하다. 시작은 어릴수록 좋다. 총명한 어린이, 환영받는 사회인, 지혜로운 아내와 남편으로 성공하는 삶을 위해 알아야 할 앞쪽 뇌의 진실과 개발법을 알아본다.

◆앞뒤 뇌의 균형 이뤄야=뇌는 부위별로 고유 임무를 수행한다. 예컨대 시각은 뒤쪽, 감각은 정수리 부위, 청각은 귀 뒤쪽 옆 뇌가 담당한다. 모두 크게 봐서 뇌의 뒷부분에 해당한다.

반면 어떤 일을 정해 목표를 설정한 뒤 마무리 짓는 일은 앞쪽 뇌가 담당한다. 『앞쪽형 인간』의 저자인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앞쪽 뇌는 ‘내가 누구인가’란 본질적인 생각을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며 “어린이는 앞쪽 뇌가 미발달한 상태라 자극에 민감하고 충동적이며, 따라하기를 잘하는 모방적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온종일 번쩍거리는 게임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쉽게 울고 웃으며, 흉내를 잘 내는 것도 앞쪽 뇌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아이가 균형 잡힌 생각과 행동을 하며 성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앞쪽 뇌의 기능을 발달시켜야 한다.

◆재미를 찾아 동기 부여해야=매사에 쉴 틈 없이 열심히 살던 K씨(52).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앞머리를 다쳤다. 그는 이후 한 달간 치료를 받고 상태가 좋아져 귀가했다. 하지만 가족은 딴사람을 맞은 느낌이다.

사고 전과 달리 하루 종일 멍하니 TV를 보거나 틈틈이 잠자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다. 물론 뭔가 열심히 할 생각조차 없다. 아내는 돌변한 남편이 당황스러워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

뇌 촬영을 통해 K씨는 앞쪽 뇌의 안쪽 부위가 손상된 걸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이 부위는 일을 시작할 때 동기를 부여한다”며 “다치면 의욕 상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역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앞쪽 뇌가 발달하기 마련. 이를 위해선 적성 검사를 통해 ‘재미’있어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특히 매일 새로운 지식과 사회의 이치를 배우는 어린이·청소년에겐 매사에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만일 이들에게 지겨운 일을 반복시키면 앞쪽 뇌가 퇴화해 성장 후 매사에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따라서 자녀에게 공부를 시키고 싶을 땐 공부를 마친 후엔 반드시 ‘재미있는 놀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주어진 시간에 공부를 잘하겠다는 동기가 부여된다. 반대로 계속 지겨운 공부만 시키면 아이는 모든 일에서 의욕을 잃는다.

◆충동은 억제하는 훈련받아야=일상을 살다 보면 본능적 욕구, 불쾌한 상황 등 수시로 충동을 자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적절히 충동을 조절할 수 있어야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는 사람이 된다.

충동 억제 역시 앞쪽 뇌(밑부분)가 담당한다. 따라서 이 부위가 고장나면 충동 조절을 못하는 ‘망나니’가 된다. 아무 때나 화를 내고, 조급증을 느끼며, 성욕도 못 참아 성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식욕을 조절하지 못해 폭식을 일삼는 일도 흔하다.

충동 조절 능력은 천성과 훈련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앞으로 1주일은 절대 화 안 내기’ 등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학교·군대 등 단체생활은 충동 억제 능력을 키워 주는 훌륭한 훈련소인 셈이다.

반대로 감정을 마냥 억제하는 것도 나쁘다. 겁이 많고 두려움을 잘 타는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분한 일을 당해도 혼자 삭인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쪽 뇌(아랫부분)가 퇴화해 희로애락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 역시 주변에서 무시당하거나 꺼리게 돼 성공한 인생을 살기 힘들다.

나 교수는 “유아기부터 사회·문화·도덕적으로 용납되는 선에서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어야 좋은 대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교육·훈련을 통해 감정 표현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권한다.

◆기획 능력도 키워야=맡은 일을 기획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잘 마무리하는 것은 성공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이 역시 앞쪽 뇌(바깥쪽 부분)가 담당한다.

이 부위의 뇌가 발달한 사람은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생각도 바꾸고, 결단도 내리며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기획 능력을 강화시키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일을 할 때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실천하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부모가 조언을 넘어 매사에 간섭하다 보면 기획 능력이 없는 성인으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정해진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일을 반복하면 앞쪽 뇌가 활성화하면서 기획 능력이 향상된다. 반면 주입식 공부는 이 기능을 퇴화시킨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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