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군기지 이전 도대체 언제 완료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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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군기지 평택 이전사업이 미로를 헤매고 있다. 한·미가 합의한 지 4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완료 시기, 비용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도 없다. 다만 ‘몇 년 늦어지네, 비용은 얼마로 추정되네’하고 언론에 흘려온 것이 고작이다. ‘용산기지 2014년 이전은 거의 합의됐으나 2사단은 이견’이라는 게 최신판이다. 그러나 총 이전비용과 한·미의 분담액은 아직도 설(說) 수준이다. 이렇게 기약없이 지체되다 보니 평택·동두천 등 관련 지역에선 예정됐던 각종 사업이 헝클어지고 주민들의 손실이 막대하다.

당초 용산기지 이전 완료 시한이었던 2008년이 반미 세력의 집요한 반대 투쟁으로 물 건너간 것은 불가피했다고 치자. 그걸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비용 조달 방안을 둘러싼 한·미 간 혼선이다. 기지 이전이 지체되자 2006년 12월 정부는 ‘2008년에서 4~5년 연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처음엔 강력 반발하다 마지못해 수용했다. 2007년 5월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기지 이전이 늦어지면 동맹관계를 해칠까 우려된다”고까지 말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3년 추가 연기를 거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 한·미의 입장이 바뀌었다. ‘2사단 이전을 2014년까지 완료하자’는 한국 제의에 미국이 2016년 이후로 늦추자며 거꾸로 느긋(?)하다. 이는 한국이 매년 미국에 제공하는 방위비와 연관이 있다. 한·미는 지난해 말 방위비 중 일부를 미군의 이전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식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선 이전 시한을 뒤로 미룰수록 더 많은 비용을 방위비로 충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국이 이전에만 덜렁 합의해 놓고 비용 조달 방법에는 치밀한 계획이 없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국방부 미군기지 이전사업단의 파행도 큰 문제다. 발족한 지 2년6개월밖에 안 됐는데 최근 다섯 번째 단장이 임명됐다. 평균 임기 6개월. 가까스로 업무를 파악할라치면 교체되곤 했다. 게다가 어떤 단장은 엉뚱하게 업무를 처리해 사업단 내부와 미국과의 관계에서 마찰을 일으켰다. 부지조성 공사 방식을 둘러싼 혼란이 대표적이다. 사업단은 기존 방침이었던 일괄입찰(턴키) 방식을 설계-시공 분리 방식으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토목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방부 산하 특별건설심의위원회가 이를 거부하고 다시 턴키 방식을 확정시켰다. 어설프게 수정을 추진했다가 공연히 공기만 1년가량 지체시킨 것이다. 또 비용 부담이 한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이 행사해야 할 기지 내 병원, 통신센터 건립 등에 대한 발주권을 미군 측에 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한·미가 10조원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는 사업이 이렇게 주먹구구 식으로 추진돼선 결코 안 된다. 양국이 이번 협상에서 2014년이나 2016년에 합의한다 해도 계획보다 무려 6년 이상 늦어지는 것이다. 동네에 조그만 길을 내는 사업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방부 기지이전단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켜야 한다. 새 단장에 현역 중장이 임명되자 이번엔 ‘개방형 임용’ 원칙이 무시됐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기가 막힌다. 우왕좌왕하는 국방부에 더 이상 맡겨 둘 일이 아니다.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범정부적 기구를 구성하여 완료 시기 및 비용, 세부 시행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보다 밀도 있는 사업 추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