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논술] 2010학년도 대입 본고사형 논술…영어 제시문 늘어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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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오늘의 논술 들어가기

변화를 알아야 논술이 잡힌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이 있다. 근래 대입 논술 전형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입시제도 변화 속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핵심이 있기 마련. 변화의 흐름을 꿰뚫어 보면 그에 맞춘 입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올해 대입 수험생을 위해 2010학년도 대입 논술고사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최근의 대입 논술 출제 경향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비법을 살펴봤다.



STEP 2 2010학년도 대입 논술 경향

가. 통합교과형 논술 유형은 지속된다

2007학년도 수시까지 인문계의 경우 수학 및 과학 개념이 제시문 및 논제, 답안 작성까지 활용되는 계열 간 통합의 형태였다. 그러나 등급제가 활용됐던 2008학년도 대입 때 수시와 정시 모두 수험생 간 변별력 확보를 위해 통합교과형 논술의 중요성이 최고점을 이뤘다. 이때는 수리 논술은 거의 사라지고 대신 계열 교과 간 통합이 강화됐다. 이러한 기조는 2009학년도 논술까지 이어졌고, 2010학년도 입시 논술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교과형 논술의 형태가 완성되는 데 5년 정도가 소요됐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이같은 출제 기조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대학이나 수험생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사회적 여론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나. 본고사형 논술 출제 가능성이 높다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자연계열 논술 문항과 연세대 정시 논술에서 일부 문제가 본고사형 논술 문제라는 의혹을 받았다. 본고사형 논술이란 답이 정해지고, 그 유도 과정 역시 어느 정도 정해져 ‘정답 및 풀이’가 일정한 문제를 말한다. 이에 대해 대교협에서는 학생선발자율권 및 ‘논술 가이드라인’이 각 대학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대학별 논술 문항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2010년 6월 대교협에서 3불 정책의 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인하대는 본고사형 논술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시 2학기부터 일부 대학에서 본고사형 논술 문항을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다. 계열별 혹은 학과별 논술(영어 제시문 출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2010학년도 서울대 논술에서는 계열별 논술이 출제될 예정이다. 따라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계열의 특성에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의 경우 철학이나 문학 위주로, 상경계열의 경우 경제 현상이나 정치적 변화 등에 관심을 갖고 교과서나 신문 기사 등을 스크랩하며 준비하는 게 좋다. 만약 계열별 논술이 시행될 경우 초기의 수리 논술처럼 기본적으로 전 계열 공통 문항이 제시되고(3~4문항), 계열의 특성에 따른 개별 문항(2~3문항)이 제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2009학년도 한국외대의 경우 수시 전형에서 영어 지문이 1개가 나왔다. 영어 지문의 역할은 공통 주제에 대한 힌트 및 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2010학년도에도 한국외대 등에서는 영어 지문이 나온다. 앞으로 몇몇 대학으로 확대될 예정이고, 영어 제시문의 수준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문계 논술 필진

김광원(정의여고, 국어), 이만석(청량고, 국어), 정규희(용화여고, 사회·경제), 최윤정(여의도고, 영어)



STEP 3 변화하는 논술 대비하기

논술은 그 형태나 전형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평가 항목이다. 크게 독해 능력, 사고 능력, 쓰기 능력을 측정한다. 논술에 대비하려면 이 세 가지 능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입 논술이 교과 지식을 묻는 본고사형 문제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입 수험생들이 서울대의 한 강의실에서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중앙포토]


가. 독해 능력 향상

본고사 유형으로 출제되는 논술의 경우 영어 지문 및 제시문의 수준을 높여 수험생의 독해 능력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해 능력이 부족하면 논제 파악이 어려워 출제자의 의도와 다른 엉뚱한 대답을 할 수 있다.

독해 능력은 어렵고 두꺼운 책이나 요약본보다는 교과서·신문·단편소설·단문 위주의 글을 자주 접해 보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외 다양한 교과서 자료 정보를 모아 현안, 주제, 핵심어, 핵심 논거를 추출하고 요약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교과서 제시문을 활용한 논술 문항이 지속적으로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논술 능력 향상 및 학교 내신을 준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각 수업시간에도 집중해야 한다. 선생님들의 수업은 교과서에 대한 설명인 동시에 재해석이다. 같은 과목이라도 선생님들에 따라 설명과 해석이 조금씩 다르다. 이런 내용이 논술에 적용될 수 있다. 다양한 설명 및 해석은 글을 분석할 때 가이드가 돼 준다. 선생님들이 들려주시는 예는 글에 대한 설명, 즉 글쓰기의 예시로 가장 적절하고 활용 높은 내용들이다. 따라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의 설명이나 예시 등을 요약하고 정리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 사고 능력 향상

사고 능력은 독해를 통해 얻은 지식과 내용을 어떠한 관점에서 풀어 나가느냐를 결정한다. 즉, 독해 능력이 출제자의 시각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사고 능력은 나의 관점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논술에서 필요로 하는 사고 능력은 비판, 비교 및 대조, 창의력, 추론 및 영역 전이 등이 있다. 따라서 대학별 기출 논제를 분석하면서 어느 능력을 더 강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비판 능력은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들의 주장(대안 및 문제 해결 방법 포함)이 옳다면 왜 옳고, 틀리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서술하는 것이다. 최근 대학별 논제 중 주장의 타당성을 묻는 유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논술에서의 창의성은 논거 및 대안 제시의 독창성, 글의 구조 및 형식의 다양성, 글쓴이의 관점 파악, 주장에 대한 반론 및 재반론 여부를 말한다.

비교 및 대조는 주장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수험생 나름의 기준에 따라 서로 견줘 보는 사고 능력이다. 공통점을 서술한 후 차이점을 적어 보거나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가 드러나도록 서술한다. 추론은 주어진 정보만을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기술이다. 제시문은 우리에게 주어진 일종의 정보 조각들이며 이들 정보를 맞추고, 끊겨진 정보를 이어 나가는 것이 추론이다. 마지막으로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영역 전이다. 영역 전이란 쉽게 이해하면 어떤 주제를 풀어 나가는 데 있어 사회적 지식뿐만 아니라 윤리·과학·경제지식 등을 총동원해 주장이나 관점을 바라보는 능력이다.

이처럼 논술은 다양한 사고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각각의 사고 능력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두뇌 속에서 혼합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사고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교과서를 통해 관련 질문 문항들을 만들어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가령 단원명을 보고 의문문 형태로 단원명을 재구성하고, 어떤 내용이 있을지 추론해 본다. 제목과 관련된 시사 사건 및 배경 지식 여부 등을 동원해 보고 교과서 지문을 읽으면서 주장 및 근거, 핵심어 등을 추출한다. 필자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여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 등 발생 가능한 문제(반론) 및 재반론, 교과서에서 제시한 것과 그 외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 쓰기 능력 향상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원고지 사용법이 익숙하고, 독해를 잘하며, 글을 잘 이해하고 있어도 잘 표현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논술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글이다. 글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어인 ‘나’는 생략돼야 한다. 또한 논술 글의 기본 형태는 ‘주장 + 근거’다.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객관적인 근거가 따라가야 하는 글이다. 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유형 ‘주장과 근거’, 둘째 유형 ‘상대방의 주장+문제 제기(반론)+재반론’, 셋째 유형 ‘상대방의 주장+문제 제시+자신의 주장 및 대안 제시’ 형태의 비교적 짧은 글쓰기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점차 글의 양을 늘려가는 게 적절하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를 경우 중앙일보의 ‘열려라 논술’(2008년도)에 제시된 글들을 활용해 논술에 필요한 짧은 글쓰기를 단계별로 시작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라. 기타 다양한 논술 능력 향상

(1) 수다 떨기(토론)

수다 떨기(토론)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해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지 확인하고 연습하는 과정이다. 또한 생각의 교환을 통해 관점에 대한 다양한 이해 및 해석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특히 각 지역청이나 대학교, 언론사 등이 주관하는 다양한 토론대회에 참여하면서 토론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토론 연습도 해 보면 논리적인 설득 및 주장 능력이 향상된다.

(2) 주변의 도움 받기

자신이 쓴 글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 줄 사람은 바로 학교 선생님이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선생님을 통해 첨삭을 받도록 하자. 첨삭은 내 글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글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지, 글의 방향성은 일관성이 있는지, 표현이나 예시가 적절하며 배치는 잘 돼 있는지, 주장에 허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재점검(feed-back)하는 과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꿀맛 닷컴(http://kkulmat.com/si) 사이버 논술’이나 ‘EBS의 논술’ 등에서 무료로 첨삭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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