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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어떤 지도자도 만날 것” 대북 직접대화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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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상원 본회의에서 압도적 표차로 인준을 받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1일 워싱턴 대성당에서 열린 국가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환담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대통령 부인 미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과 부인 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워싱턴 AFP=연합뉴스]


◆"핵프로그램 제거”=국무부의 한반도 정책은 힐러리를 정점으로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윌리엄 번스 정무차관-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라인에서 결정된다. 북핵 문제는 대북 특사가 전담할 전망이다. 대북 특사로는 웬디 셔먼 전 대북조정관이 유력하다.

힐러리는 13일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평양 등을 방문해 북한 외무상 등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서 어떤 외국 지도자라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21일 새롭게 단장된 백악관 홈페이지(www.whitehouse.gov)는 국정 어젠다로 “강력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를 통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겠다”며 북한 비핵화를 천명했다. 그동안 북핵 협상을 주도한 6자회담 이외에 북·미 고위 당국자 간 직접 협상이 가능함을 밝힌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 어젠다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화하겠다며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을 제도화하겠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한국의 PSI 정식 참여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한·미 FTA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불리하게 체결됐다”며 재협상을 요구해 왔다.

◆국제 공조 강화=오바마는 20일 취임사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와 친구가 됨으로써 세계를 이끌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에서 벗어나 ‘다자주의’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힐러리는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미국의 이해를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은 국제적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며 하드 파워(군사력)와 소프트 파워(외교력)를 결합한 ‘스마트(smart) 파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무부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시 정부 때 한 명이던 부장관을 두 명으로 늘려 외교 총괄 스타인버그 부장관 이외에 예산을 담당할 제이콥 루 부장관을 둘 예정이다.

◆산적한 국제 문제=당장 중동의 화약고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일단락 지어야 한다. 여기에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성공적 마무리, 중국·러시아·인도와의 관계 개선, 아프리카 인종 학살 방지 등도 추가된다. 힐러리는 이들 문제를 풀기 위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자주 활용했던 특사를 동원할 계획이다. 중동 특사로는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이 확정된 상태다. 미첼은 클린턴 정부에서 마련됐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두 개의 국가’ 해법을 추진할 전망이다. 데니스 로스 전 중동 담당 특별조정관과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대사 등 외교 거물들도 특사나 특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재홍 기자

※힐러리 국무장관 성명 표기=본지는 사람 이름을 줄여 쓸 경우 ‘성’만 표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경우도 ‘클린턴 국무장관’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경우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주 기사에 등장하기 때문에 남편과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힐러리 상원의원’ 등으로 써 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앞으로도 ‘힐러리 국무장관’으로 표기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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