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중립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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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이 여당총재이면서도 선거관리에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설사 자기가 당원이라도 선거관리에서는 엄정중립을 지켜야 한다.

올해 대선은 민선 자치단체장이 들어선후 처음 실시되는 대선이다.많은 시장.군수.구청장들이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당원이고 광역단체장의 경우 상당수가 소속당의 중진이기도 하다.이들이 당원된 도리로 말한다면 자기당의 집권을 도와야 할 입장이다.각 정당이 사활(死活)을 걸고 뛰는 대선의 소용돌이와 열풍은 이들이 엄정하게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할 게 틀림없다.더구나 과열된 각 정당이 소속 단체장들에게 은연중 영향력 발휘를 종용할 수도 있다.특히 지금과 같은 정당의 지역할거구도에서는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휩쓸게 되고 그런 분위기에서 그 정당소속 단체장이 중립을 지키기는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정당소속 자치단체장들이 과연 엄정중립을 지키느냐의 여부는 특별한 주목대상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만일 단체장들이 중립을 못 지키고 정당편향성을 보인다면 선거의 불공정시비는 물론 단체장의 정당공천제 폐지론이 제기될 것이다.또 지역별로 정당편향성을 보일 경우 지방대립을 조장하게 되는 것도 뻔한 일이다.가령 PK단체장이 여당후보를,호남단체장이 야당후보를 지원하는 식이 된다면 지역대립 격화는 물론 지방자치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다.

따라서 단체장들은 스스로 대선관리에 어떤 오해받을 소지를 남기거나 암암리에 특정후보에 줄을 서는 일이 없어야 하고 휘하 공무원들의 엄정중립 유지도 각별히 감독해야 한다.

각 정당들도 소속단체장에 대해 중립을 지키기 어렵게 하는 어떤 부담도 줘선 안된다.선거에서 소속단체장으로부터 득을 볼 생각을 말아야 한다.

중앙선관위와 내무부가 대선을 앞두고 단체장들에게 해선 안될 일에 관한 세세한 지침을 시달했지만 엄정한 선거중립을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없음을 거듭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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