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종화합 4중주’ 오바마 취임식 빛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미국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취임식의 공연 기획자이기도 하다. 축하 공연 분위기에 대통령의 취향과 성향이 묻어난다. 버락 오바마의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는 메인 공연자로 실내악팀이 선택됐다. 오바마는 중국계 첼리스트 요요마(54)와 유대계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64) 등 세계 일류를 우선 꼽았다. 여기에 흑인 클라리넷 연주자 앤서니 맥길(30), 베네수엘라 출신의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39)가 추가됐다. 해병군악대, 샌프란시스코 합창단에 이어 주 무대라고 할 만한 순서를 장식할 연주자들이다.

이들이 연주할 작품은 ‘스타워즈’ ‘E.T’ 등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곡가 존 윌리엄스(77)가 취임식을 위해 새로 작곡한 음악이다. 윌리엄스는 미국의 전통 선율인 ‘단순함의 축복(The Gift to Be Simple)’을 흔치않은 악기 조합의 4중주곡으로 작곡했다. 가장 미국적인 요소와 중국계·흑인·라틴계 연주자가 어우러진 무대인 셈이다.

◆역대 취임식 축하는 누가?=역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최초로 등장한 흑인 축하 연주자는 도로시 메이노(소프라노·1910~56)다. 서정적이고 화려한 음색의 흑인 가수로 각광받았던 메이노는 1953년 제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취임식에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불렀다. 이는 오페라 무대의 스타가 취임식에서 노래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취임식 단골은 워싱턴에 적을 두고 있는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1931년 창단된 이후 미국 행정부·의회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연주를 도맡은 오케스트라다. 이들은 이번 취임식 당일 밤에 열리는 무도회 음악을 맡는다. 오바마는 전체 오케스트라 대신 몇명의 단원을 뽑아 만든 작은 실내악 팀을 무도회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정 기자



클라리넷 주자 맥길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날 분위기”

앤서니 맥길(흑인)

 “취임식 공연에 출연할 사람들과 방금 저녁을 먹었죠. 웨이터가 와서 사인을 받아갔습니다. 뭔가 큰 변화(big change)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할 앤서니 맥길(30)은 19일 워싱턴에서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수석단원인 그는 “지금껏 선 무대 중 가장 거대하고 흥분되는 기회”라 했다. 맥길은 시카고 태생이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태어나 14살까지 살았죠. 거기에 흑인이라는 사실이 이번 취임식 연주 초청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11살에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데뷔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경쟁률 높은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하며 고향을 떠났다. 학교를 졸업한 그는 21세에 신시내티 심포니 부수석에 선발되면서 실력있는 오케스트라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으로는 2004년 옮겨왔다.

“오바마는 흑인뿐 아니라 모든 인종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고 평한 맥길은 “그의 취임을 앞두고 가족과 주위 모든 사람들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에 차있다”고 전했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