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차 정부개편을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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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재정경제원 등을 탄생시킨 94년의 1차 정부조직개편은'작지만 강한 정부'를 지향한다는 목표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지난해의 해양수산부 발족도 흩어진 해무행정을 한군데 모았을뿐 진정한 조직개편과는 거리가 멀었다.지금 기초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2차 정부조직개편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간과(看過)했나를 우선 반성해야 한다.

새 시대의 전개에 발맞추어 정부규제를 혁파(革罷)하고 헌조직을 새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정부조직개편의 목표라고 볼 때 정부기능의 재조정이 없는 조직개편은 무의미하다.민간이 주도하는 경쟁력 향상지향의 국가체제에서 고비용 저효율의 공공서비스는 혁파대상이며,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 혁파작업이 한창이다.그런데도 우리는 부처를 합쳐만 놓고,권한은 형식상으로 줄이고,남아도는 인원은 부서주변을 떠도는'위성공무원'으로 둔갑시켰을 뿐이다.

한국의 정부부문 경쟁력은 국제비교에서 항상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구조조정기를 맞은 우리 경제는 수년째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정부기구는 비생산적으로 비대하다.이런 기구를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 규제혁파도 안되고 국제적인 경쟁력향상 대열에서 낙오하기 꼭 알맞다.때문에 정부기능을 축소하고,인원을 줄이고,기구를 통폐합하는 일은 늑장부릴 수 없는 일이다.

정부조직의 탈바꿈이 지지부진한 것은 공무원들의 영역이기주의가 원인이지만 이 개혁작업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는 리더십의 부재(不在) 때문이기도 하다.이웃 일본은 금융 빅뱅에 이어 정부 빅뱅의 순서에 접어들고 있는데 개혁의 주체인 하시모토총리는“개혁의 불덩어리가 되겠다”고 말한다.스스로의 자리를 없애야 할 일본의 공직사회는 지금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분이지만 개혁하지 않으면 공멸(共滅)한다는 분위기에 젖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대권후보들도 정부개편문제에 대해 분명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오는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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