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장 평가로 학교 바꾸는 ‘부산발 교육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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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장 평가를 통해 학교를 바꾸려는 교육개혁 바람이 부산에서 불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전체 705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장·교감 다채널 평가’ 결과를 이달 말 통보할 예정이다. 평가에는 교사 3만 명, 학부모 7만 명, 전·현직 교장과 교육전문직 등 평가위원 294명이 참여했다. 교장의 학교 운영 성과를 학교 구성원이 대규모로 나서 평가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학교를 바꾸려면 학교 운영 책임자인 교장의 변화부터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매년 실시되는 부산발 교장 평가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평가 결과를 승진·전보·성과급 등 인사에 반영해 실효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상·하위 3%에 해당하는 교장들에게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확실하게 부여해 교장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우수 교장을 발굴해 낙후지역 학교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학교 간 학력 격차를 해소하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한 시도다. 이런 평가라면 단위학교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교장은 학교 개혁과 교육의 질 향상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교장의 학교 경영 의지와 교육에 대한 비전이 학교를 바꾼다. 교사가 학생을 위해 열정과 헌신을 다하게 하는 것도 교장 하기에 달렸다. 교장공모제를 시행하는 상당수 학교 사례가 이미 그걸 입증하고 있다. 부산의 교장 평가는 바로 이런 교장들부터 바로 세워야 공교육이 산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으로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교육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시·도 교육청들도 부산 사례를 벤치마킹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교장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교원평가제 도입도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 교장들도 평가를 통해 스스로 성찰하고 분발하려는 마당인데 교사들이 무슨 명분으로 평가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학교의 변화는 교장·교사의 변화에서 시작되고, 교장·교사의 변화는 평가에 달려 있다. 교장·교사 평가를 미룰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