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엔 건물까지 공격한 막무가내 이스라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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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막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유엔 건물과 병원까지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제 이스라엘군은 부녀자를 포함해 700여 명의 민간인이 피신해 있던 가자시티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건물과 병원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15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열흘 전에는 유엔 학교 3곳을 폭격, 어린 학생 4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고, 비인도적 전쟁 범죄 행위다.

21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만 약 1100명이다. 부상자는 5000명을 넘었다. 어린이 355명과 여성 100여 명, 노인 117명 등 전체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민간인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공격 대상일 뿐, 민간인은 최대한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이스라엘 측 설명이 공허하게 들릴 따름이다.

하마스 무장요원들이 민간인들 틈에 섞여 있어 어느 정도의 ‘부수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스라엘 정부의 해명이다. 그렇더라도 유엔 건물과 병원, 학교까지 공격한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휴전 중재를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예루살렘을 방문 중인 시점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국제 여론과 유엔의 권위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날리는 하마스에 있다며 일관되게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아직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사이 무고한 민간인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공격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하마스와 장기적인 휴전 조건을 협상해야 한다. 사흘 후면 오바마가 취임한다. 국제 여론은 물론이고, 시간도 이스라엘 편이 아님을 에후드 올메르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