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 “다른 종교와 협력 … 사회에 기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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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생각하면 신문을 펼칠 때마다 안타까워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취임을 이틀 앞둔 김근상(사진) 주교를 13일 만났더니 가자 지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박수를 치는 미국인들이 과연 신앙인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김 주교는 미국성공회 관구장을 맡고 있는 캐서린 쇼리 대주교에게 “당신이라도 이 전쟁을 말려야 하지 않느냐”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최근 파주의 성공회수도원으로 사흘간 피정을 다녀왔다. 서울교구장 승좌를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피정 도중 준비한 취임사에서 저는 이 사회와 역사에 대한 교회의 책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교회가 사회와 역사에 짐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교회가 뭐 저래?”라고 말하죠.”

김 주교는 박해를 받던 기독교가 어느 순간부터 ‘기득권’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서기 320년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하면서 교회는 오염되기 시작했어요. 교회가 힘을 갖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그걸 뺏기지 않기 위한 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십자군 전쟁도 그런 거죠. 세속보다 더 세속적인 것을 성스러움으로 포장한 거죠.”

15일부터 8년간 성공회 서울교구장으로 일하게 되는 김 주교는 “서두르진 않겠다”라며 “천주교 친구든, 개신교 친구든, 불교 친구든 하느님의 최고 가치가 우리 인간 사회에 쓰이는 것이라면 성공회는 함께 일하고 기여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하나 소개했다. “성공회는 인간의 영역에 대해 ‘반드시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요. 그건 신의 영역이죠. 성공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신과 인간, 그리고 신앙에 대한 성공회 특유의 유연함과 너그러움의 뿌리가 거기에 있었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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