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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세계 명품사 흔들려도 꿋꿋한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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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우린 착실히 내실을 다진 가업(家業)이라….” 김 회장의 말이다. 웨지우드의 실패 원인에 대해 그는 ‘자만심’이라고 해석했다. 세계 최고란 기치 아래 불어난 엄청난 빚(약 8000억원), 전통만을 고집하며 벌인 지나친 고가정책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곤 “우린 고급화와 대중화를 적절히 구사한다. 불경기에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도자기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창립자는 고 김종호씨. 김 회장의 아버지다. 김 회장의 장남 영신씨는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둘째아들 영목씨와 딸 영은씨도 계열사 대표로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회의가 곧 경영전략회의다. 가족기업 전문가 윌리엄 오하라 전 브라이언트대학 학장은 가족기업의 강점을 이렇게 분석했다.

① 의사결정이 빠르고 ② 오너가 사업에 남다른 정열을 갖고 있으며 ③ 가족 간에 서로 믿고 미래의 자손까지 생각한다. 그래서 오하라는 “가족기업이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기업 지배구조가 어떻든간에 신뢰와 비전이 기업 장수의 필수조건이라는 얘기다.

한국도자기도 무수한 세월의 무게를 버텨내며 올해 어느덧 창립 66주년이 됐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3년, 육영수 여사가 김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국빈에게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한국산 본차이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한국도자기 그릇은 지금까지 ‘청와대 식기’가 됐다.

이 회사의 특징은 무차입·무해고·무노조의 3무(無)다. 김 회장이 빚을 싫어하는 이유는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59년 입사했을 당시 회사는 빚이 많아 매출액의 40%가 이자로 나갈 정도였다. 그래서 98년 외환위기 때 사재를 털어 빚을 털어내고 지금까지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사람 안 자르기는 더 유명한데, 그는 “모든 직원, 정년까지 보장해 줘야지”라고 말했다. “도자기 사업은 기계보다 정확한 손기술이 필요한 업종이야. 숙달된 장수 근로자를 해고할 수는 없지. 월급을 동결할지언정 말이야”라면서. 그러고는 “그래도 효도비(명절 때마다 35만원+수안보파크호텔 숙박권)는 줘야하지 않겠나”라고 여운을 남겼다. 물론 그 역시 암운이 깔리고 있는 세계경제의 도도한 흐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는 “지금 세계는 지각변동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세계적인 기업들이 새로운 흐름에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우린 유연하게 간다.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충족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롯데호텔 매장을 내기 전 한 달 동안 점검을 벌였다. 그리고 내린 결정 두 가지. ① 매장 문을 크게 넓힌다 ② 조명을 매우 밝게 한다. “대부분의 명품 도자기 매장 입구는 좁고 매장 분위기도 그다지 밝지 않지. 고객이 마음 편히 들어와서 즐길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사정이 급한 단골 고객에겐 자신의 차로 배달한다. 그는 “아마 벤츠 S600으로 도자기 배달하는 오너는 나밖에 없을걸”이라며 웃었다.

정선구 유통·서비스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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