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뜨고 … 장기하 날고 신났다, 홍대앞 인디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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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너만 잘나가냐!’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홍대 앞 한 클럽에서 열린 장기하 소속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공연 제목이다. 취지는 이랬다. “장기하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밴드들도 같이 잘 나가보세~.” 최근 급격히 늘어난 대중들의 관심에 설레는 홍대 앞 인디음악계의 바람이 바로 이것이다.

개성 넘치는 ‘제 2세대 인디밴드’들이 요즘 홍대앞을 달구고 있다, 음반시장의 불황속에서도 새로운 음악을 찾는 젊은이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사진은 갤럭시 익스프레스, 보드카레인, 술탄 오브더 디스코(왼쪽부터).


 1990년대 후반 ‘크라잉 넛’ ‘노브레인’ ‘델리 스파이스’ 등이 열었던 인디밴드 첫번째 전성기가 지나간 후, 오랜 기간 홍대 앞 인디음악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해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이돌과 발라드로 양분되는 주류 음악에 지친 사람들이 새롭고 기발한 인디밴드의 음악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장기하로 대표되는 ‘제 2세대 인디밴드’는 록과 펑크에서 발라드와 댄스, 국악까지 저마다의 색깔로 무장하고 그들을 기다린다. 요즘 홍대 앞이 술렁이는 이유다.

‘인디계의 요정’으로 불리는 요조

◆‘인디=펑크’라고? 모르는 소리=지난해 인디음악계가 배출한 최고 스타는 요조와 장기하였다.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수록곡 ‘커피 한잔 어때’로 관심을 모은 요조는 여세를 몰아 지난해 발표한 1집을 8000장 가량 팔아치웠다. ‘지지부진한 일상을 음악으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는 장기하 역시 EBS ‘스페이스 공감’, KBS ‘이하나의 페퍼민트’ 등 지상파 TV 음악프로에 연이어 초대받으며 음반판매량 1만장을 돌파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둘의 음악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인디음악과는 달랐다. 크라잉 넛의 ‘말 달리자’가 상징하는 90년대 인디 음악이 ‘펑크’ ‘저항’ ‘도발’ ‘실험’ 등의 단어로 설명됐다면 요즘 인디밴드들의 색채는 훨씬 다양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처럼 열정적인 록을 구사하는 밴드도 인기지만, 세련된 모던 팝을 선보이는 ‘보드카 레인’에서 60~70년대 통기타 음악을 되살린 ‘장기하와 얼굴들’, 벨리댄서가 등장하는 월드뮤직 밴드 ‘오르겔탄츠’까지 각양각색의 그룹이 존재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인디밴드 최초의 ‘립싱크 댄스그룹’을 표방했다.

◆‘88만원 세대’의 감성을 대변한다=현재 홍대를 장악한 제2세대 인디밴드 멤버들은 대부분 80년대에 태어난 20대다. 이들은 같은 세대의 기쁨과 절망을 현실적으로, 그러나 유머러스하게 노래한다. 장기하의 인기는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싸구려 커피’) 등 현실밀착적인 가사의 덕이 컸다. ‘청춘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삽질한다’는 모토를 내세운 밴드 ‘청년실업’의 ‘쓸데 없이 보내네’는 ‘청년 백수’의 삶을 리얼하게 그렸다. “아 오늘도 이렇게 재미있게 바쁘게 보냈네/아 오늘도 이렇게 재미있게 쓸데없이 살았네/새벽 두시에 방바닥을 닦다가 한참동안을 울어버렸네.” 밴드 ‘검정치마’는 ‘강아지’라는 노래에서 “시간은 29에서 정지할거야/모두 다 무언가에 떠밀려 어른인 척 하기에 바쁘네”라며 서른을 두려워하는 20대의 마음을 대변했다.

‘가난한 20대’인 이들은 음반도 자기 손으로 만든다. 음악평론가 박준흠씨는 “90년대 인디밴드들이 소규모 레이블에 소속돼 음반을 냈다면, 2000년대 인디밴드들은 홈레코딩 시스템을 이용해 스스로 음반을 만든다. 이런 변화가 다양한 음악이 등장할 수 있든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2009년, 인디음악 기회의 해=인디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 ‘뜬’ 밴드들의 음반이 무섭게 팔려나가는 반면, 아직도 대다수 밴드의 음반은 500장 팔리면 성공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홍대 앞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인디레이블 마켓’에도 200여개의 인디밴드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판매량은 기대보다 많지 않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아직은 이들을 음악적 완성도보다는 ‘웃긴다, 재밌다’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미 주류 음악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내실있는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올해가 인디음악계의 새로운 기회임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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