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숨이 차는데 … 혹시 노인 천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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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천식환자가 늘고 있다. 실제 천식은 어린이에게 10%를 웃돌 정도로 발생하다가 기관지가 성숙해지면서 환자가 점차 줄어 청장년기엔 2~3%까지 준다. 그러다 중년기를 지나면서 조금씩 늘어 65세 이상 노인이 되면 다시 10% 이상으로 환자가 급증한다. 노인 천식환자는 병을 간과하다 기관지 이상이 불거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은 게 문제다. 특히 지금 노인층은 흡연 인구가 많아 기존의 폐질환에 천식이 겹친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좋은 치료효과를 보려면 금연과 조기 발견, 조기 맞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 천식, 조기 발견이 첫걸음=‘나이 들어 숨차려니’하며 기침이 나오고 숨찬 증상이 있어도 간과하며 지냈던 B씨(71·남). 찬바람을 쐬며 돌아다니다 숨찬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은 기관지 천식. 이미 중등도 이상 진행된 상태였다.

연세대의대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는 “노인은 천식이 심하게 진행됐는데도 정작 본인 스스로는 숨찬 증상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들려준다.

하지만 노인 천식 역시 젊은 층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발견해 염증 상태를 가라앉혀야 기관지 이상이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천식은 자극 물질에 대해 기관지가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수축해 기침, 숨 찬 증상,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병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찬 공기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철엔 당연히 기관지 수축이 심해져 천식 발작이 빈발한다. 특히 겨울에 유행하는 감기에 걸리면 악화된 천식 증상이 한 달 이상 가기 쉽다.


따라서 천식 증상이 의심되는 노인<표 참조>은 기침이 나올 때 일반적인 기침 치료 대신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천식 여부를 확인하는게 우선이다. 참고로 천식은 60대(약 10%)보다 나이가 점점 들수록(70대 15%) 환자 비율이 증가한다.

◆금연과 조기 치료로 극복 가능=노인은 일단 천식 진단을 받게 되면 ‘이 나이에 이런 고질병이 걸렸는데 대강 치료받으면 되지’란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심하게 불편할 때만 치료받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제대로만 치료하면 운동도 남만큼 하면서 일상생활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한 환자는 체계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노인층에선 천식이 빈발하므로 밤 기침이 심하거나, 찬바람이 불 때 숨이 차고 기침이 난다면 조기 진단으로 개인별 맞춤 치료를 받아 야 한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가 노인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제공]


박 교수는 “천식 발작 후 약물치료로 기관지 수축이 풀렸더라도 기관지 염증은 남아 있는 상태”라며 “증상이 잦은 환자는 증상이 없는 날도 지속으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일 이런 원칙을 무시하다간 염증이 생긴 기관지에 흉터가 남아 폐기능이 날로 떨어지는 후유증이 남는다.

◆상태별 맞춤 치료가 해결책=치료는 발작 횟수, 밤에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환자의 폐기능 상태 등에 따라 맞춤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일 천식 증상이 1주일에 한두 번이면서 폐기능이 괜찮은 노인이라면 증상이 있을 때만 기관지를 확장시켜주는 응급 흡입제를 사용하면 된다. 반면 1주일에 세 번 이상 비교적 지속적으로 천식 발작이 있을 땐 기관지 확장뿐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흡입성 스테로이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박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처럼 천식 환자도 ‘평생 관리하는 만성병’이란 편안한 생각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한다. 단 노인 환자는 흡입성 약물에 대해 처음 1~2개월간 철저히 사용법을 익혀야 부작용도 적고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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