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노안렌즈의 변신 돋보기여 이젠 안녕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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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자신의 노안 시력을 아십니까’. 보통 젊었을 때 근시 시력쯤은 잘 안다. 하지만 나이들어 나타나는 노안에 대해선 시력은 물론 치료 방법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여서일까. 문제는 직업 수명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 인구의 고령화로 은퇴할 나이에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노안 인구를 겨냥한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중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이 ‘다초점 노안 인공렌즈’다. 노안 시력의 중요성과 요즘 발전하고 있는 노안렌즈를 알아보자.

◆노안 시력부터 알자=나이 50살이면 누구나 시작되는 노안. 하지만 노안에도 사람마다 시력은 물론 잘 볼 수 있는 거리가 모두 다르다.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젊었을 때 굴절력이 노안에 영향을 미친다”며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근시에서 노안이 온 사람들로 안경을 벗으면 잘 보인다. 둘째 타입은 먼 곳을 잘 보는 정시에서 노안이 온 경우로 가까운 곳을 볼 때 돋보기를 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시에서 노안이 온 사람들이다. 근·원거리 모두 안 보여 먼 곳이나 가까운 곳 모두 돋보기가 필요해 가장 많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노안시력은 어떻게 잴까. 간단하게 측정하는 것이 예거 방식. 예거라는 의사가 개발한 것으로 독서거리인 30㎝에서 글씨를 보며 측정한다.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국제노안연구소장)은 “0.8이면 깨알 같은 사전 글씨를 볼 수 있고, 0.5면 신문을 읽는다”며 “0.4부터 불편한 시력으로 생활에 곤란함을 겪어 노안 치료 대상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노안 인공렌즈 어떤 것이 있나=노안용 인공렌즈 제품이 나온 것은 1980년대 후반. 개념은 간단하다.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인공수정체의 굴절력을 다르게 해 먼곳과 가까운 곳을 동시에 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술력이 부족해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주 교수는 “재질이 딱딱하다 보니 절개창이 커 난시가 발생했고, 야간 눈부심도 심해 대중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보완한 것이 2007년부터 국내에 소개된 세 종류, 즉 레스토·리줌·테크니스 렌즈다. 원리는 조금씩 다르다.

박 원장은 “레스토는 렌즈 표면을 50분의 1에서 300분의 1의 높이로 계단식으로 깎아 빛이 가까운 곳과 먼 곳으로 나눠지는 훼절 현상을 이용했다”며 “근·원거리와 눈부심 현상이 현저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200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이듬해 8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KFDA)를 통과했다.

환자 반응은 매우 좋다. 미국에서 허가받을 당시 만족도 조사에서 환자의 80%가 독서·운전·운동 등 일상생활에서 안경이 필요없었다고 답했다.

테크니스는 렌즈 표면에 계단식 동심원을 조각해 시력 저하의 원인인 구면수차(빛이 눈으로 들어 올 때 한 점에 모이지 못하는 오차)를 줄이도록 디자인 됐다. 반면 리줌은 렌즈에 근·중간·원거리를 볼 수 있는 다섯 개의 초점 영역을 만들어 제공한다. <표 참조>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게 맞는 노안 렌즈는=노안은 개인마다 다른 굴절 상태와 평소 많이 사용하는 시야에 따라 렌즈를 선택해야 만족도가 높다.체형에 따라 양복을 고르는 것과 같은 원리. 렌즈 종류마다 먼 곳·중간 거리·가까운 곳을 잘 보는 특징이 있어 개인의 직업이나 레저활동 유무를 고려해 선택하라는 것.

무엇보다 가장 만족도 높은 그룹은 원시에서 노안이 온 사람이다. 아이러브안과에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노안 인공렌즈 수술을 받은 환자 25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백내장과 원시를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 반수 이상인 204명(81%)을 차지했다. 다음은 원시와 노안을 갖고 있으면서 피로감과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으로 28명(11%)이었다.

박 원장은 “원시인 사람에게 노안이 오면 근·원거리 모두 안 보일 뿐 아니라 조금만 독서를 해도 눈이 침침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노안 인공렌즈는 백내장 수술 시 눈에 넣는 인공수정체와 재질과 모양이 같다. 다만 일반 인공수정체는 초점이 하나인 단초점(먼 곳 또는 가까운 곳 중 한 곳만 잘 보도록 한 것)인 반면 노안 인공렌즈는 표면을 가공해 다초점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백내장이 있으면서 노안이 온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 수술 과정도 백내장과 똑같다. 10∼15분이면 수술이 끝나 곧 일상에 복귀한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렌즈 값을 개인이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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