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이동원 ‘남자 김연아’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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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스케이팅에 ‘남자 김연아’가 등장했다.

‘남자 김연아’로 떠오른 13세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 이동원이 지난해 12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김연아의 엔젤스 온 아이스’ 행사에서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인공은 다카하시 다이스케(일본) 같은 세계 최고의 피겨 선수를 꿈꾸는 이동원(13)이다. 과천초등학교 6학년인 이동원은 10일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주니어 남자 싱글에서 144.62점을 얻어 우승했다. 이 점수는 역대 남자 주니어부 최고기록이며, 시니어부 우승자 김민석(불암고·132.55점)보다도 12.07점이나 높은 점수다. 통상 주니어부는 시니어부보다 프리스케이팅 과제가 한 가지 적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지만 이동원은 풍부한 표현력과 끼를 앞세워 월등한 성적을 올렸다.

◆신혜숙 코치 만난 게 터닝 포인트=이동원은 2007년 11월 신혜숙 코치를 만났다. ‘피겨 여왕’ 김연아(19·군포 수리고)가 초등학생일 때 그의 점프를 가다듬었던 코치다. 신 코치는 초등학생 피겨 선수들에게 트리플 점프(공중 3회전)를 잘 가르치는 것으로 정평이 있다. 피겨 관계자들은 “김연아가 ‘점프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기본기를 확실히 가르친 신 코치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연아가 신 코치와 함께 5개의 트리플 점프(토·살코·루프·러츠·플립)를 가다듬은 것처럼, 토와 살코 두 가지 트리플 점프밖에 뛰지 못했던 이동원은 신 코치를 만난 후 나머지 세 개의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이동원에게서 보이는 김연아 모습=신 코치는 “이동원에게서는 김연아의 어릴 적 모습이 보인다”면서 “남들보다 월등히 빠른 점프 습득 속도, 피겨에 대한 엄청난 욕심과 끼가 그렇다”고 전했다. 신 코치는 “한번은 동원이가 기분이 좋았는지 프로그램에 없던 연기를 즉흥적으로 만들어냈는데, 그 연기가 음악과 참 잘 어울려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원이를 가르치다 보면 덜컥 겁이 날 때도 있다. ‘점프와 표현력, 끼를 모두 갖춘 동원이가 나를 떠나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며 그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세계 최고를 향해 전진=이동원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남자는 스케이트, 수영, 태권도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 뜻에 따라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고, 그해부터 열린 거의 모든 국내 대회 1등을 휩쓸었다. 김연아가 피겨 꿈나무에게 지원하는 장학금도 2회에 걸쳐 받았고, 지난해 5월과 12월에는 김연아와 함께 아이스 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시안 피겨스케이팅 트로피 노비스(13세 미만 출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아직 만 13세가 되지 않아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출전 자격이 없는 그는 올 4월 김연아가 2002년 우승했던 트리글라브 트로피 노비스 부문에 출전한다.

신 코치는 “동원이는 출전만 하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최초로 메달을 따올 선수”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이동원은 “연아 누나와 함께 아이스 쇼에 나갔을 때 관중의 호응에 여유 있게 대처하는 모습과 프로 정신을 보며 많은 점을 배웠습니다. 저도 열심히 훈련해 연아 누나나 다카하시 같은 세계 최고 선수가 될 겁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온누리 기자

◆이동원은…

■ 출생 : 1996년 11월 18일

■ 학교 : 과천초 6학년

■ 신장 : 1m52㎝

■ 지도 : 신혜숙 코치

■ 특기 : 트리플 점프 5종 구사(트리플 악셀 제외)

■ 경력 : 2008 전국회장배 랭킹전 남자 2그룹 우승, 2009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주니어부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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