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 한·중 협공에 ‘샌드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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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약진에 주춤거리는 일본-’.

8~11일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를 둘러본 느낌이다. 수십 년간 세계 가전시장을 호령한 일본 기술·제품의 내공은 여전했지만 한국·중국 제품의 협공으로 힘겨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일본 가전업계는 삼성전자·LG전자의 첨단 제품에 맞대응하기보다 제품 크기와 값을 좀 낮춘 품목으로 시선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도시바는 인터넷TV(IPTV)에 초점을 맞춘 81㎝(약 32인치) 이하 소형 LCD TV 판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샤프는 지난해 81㎝ LCD TV 가격을 399달러까지 낮추는 등 중저가 제품군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소니가 내놓은 53㎝(21인치) 능동형발광다이오드(AMOLED) TV는 78㎝(31인치) 삼성 제품으로 빛이 다소 바랬다. 그나마 파나소닉의 8.8㎜ 두께 PDP TV가 체면을 세웠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LCD TV 2위인 소니는 TV 부문에서만 지난해 1조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6.5㎜ 두께의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TV, 480Hz LCD TV, 풀HD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울트라HD(UD) TV, 인터넷TV 같은 다양한 첨단 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LED TV에 ‘럭시아’라는 전용 브랜드까지 붙여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웠다. 인터넷 연결이 되는 LG전자의 ‘브로드밴드TV’는 CES 혁신상을 받았다. 전성호 삼성전자 상무는 “일본 업체들은 기술에 집착해 디자인이나 슬림화 면에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한 차별점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했다.

일본 업체들이 눈독 들이는 중저가 시장 공략도 중국이라는 난적을 만났다. 파나소닉에 인수돼 이번 행사에 나오지 못한 산요의 빈자리를 중국의 간판업체 하이얼이 메웠다. 기술은 한국에 잠식당하고 가격에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햅틱 사용환경(UI)을 채용한 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 ‘P3’가 음악 분야 최고제품(Best of CES)으로 선정됐다. 레인콤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스핀’과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아이리버 피플 P20’은 혁신상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최익재 기자, 서울=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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