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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미국문화<8>스타들 없는 아카데미 시상식 될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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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07면

미국 배우조합이 2일 조합원들에게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29일까지 12만 명의 조합원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해 75% 이상이 찬성하면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지난해 말 미국 영화방송제작자연합과의 단체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다툼의 주요 쟁점은 2차 저작권 문제. 인터넷과 같은 뉴미디어에 프로그램을 공개할 경우 발생하는 수익이 해당 배우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소수의 톱스타를 제외하면 박봉에 시달리는 조합원들의 권익을 향상해야 한다”는 찬성파와 “경제도 좋지 않은데 파업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반대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접어두고, 정작 관심을 끈 것은 바로 파업 그 자체다. 미국은 노동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나라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일시해고(lay-off)를 당하더라도 대부분 군말 없이 물러나는 곳이 미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딱히 노동자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배우들이 파업을 하겠단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당장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 때문에 사측이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도 아니고 TV나 영화는 까짓것 안 보면 그만인데, 조합 측이 권리를 주장하기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파워는 작지 않다. 2007년 말 미국 작가협회의 파업이 100일간이나 지속되면서 결국 골든 글로브 시상식까지 취소시키는 위력을 과시했다. 올해도 만약 파업이 결정되면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아카데미 시상식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의 파업 전야를 바라보며 미국 문화산업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작가협회 파업이 가져온 손실액이 21억 달러에 달하며 배우조합 파업도 비슷한 수준의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하니, 이쯤 되면 오락도 실제로 ‘먹고사는 문제’다.
게다가 전 세계 ‘미드’ 팬들을 생각하면 협상 양측 모두 무한정 ‘배째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많은 이들이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를 염려하지만 그들의 문화적 자긍심만큼은 부러웠다. 한류도 어서 그만큼 성장해 주길 기원한다.


일간지 문화부 기자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하고 있는 김수경씨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격주로 시시콜콜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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