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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부검실 첨단 장치 미드 속 ‘CSI’ 안 부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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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5일 오전 9시쯤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에서는 부검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부검 대상은 ‘연탄 조개구이를 먹다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남성(31)’. 그런데 부검을 집도하는 법의관의 손에는 시신의 훼손 부위를 체크하는 차트가 들려 있지 않았다.

법의관은 컴퓨터 앞에 서서 사진요원의 카메라에서 자동 전송된 사진 파일들을 하나씩 검색했다. 그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폐 등 장기들의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했다.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 사망 원인이 떠올랐다.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였다. 각종 증상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 프로그램으로 ‘이상 부위의 조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인을 추정한 것이다.

참관실 모니터로 부검을 지켜볼 수 있다(左). 조이스틱으로 CCTV 각도를 조정한다. 사진의 시신은 실습용 모형. [김도훈 인턴기자]

부검실 옆 참관실에서는 3개의 대형 TV모니터를 통해 부검 상황이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컴퓨터에 붙은 조이스틱을 움직이자 부검실 안에 있는 카메라 3대가 바쁘게 움직였다. 조이스틱 조작에 따라 훼손 부위가 줌인(Zoom-in·확대)됐다.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의 모습이 아니다. 이날 처음 가동된 국과수 첨단 부검실의 실제 모습이다. 새 부검실이 완공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 1988년 신월동에 국과수가 들어서면서 세워진 부검동은 20년간 리모델링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국과수는 23억원의 예산을 들여 부검동을 새로 만들었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부장은 “환상적인 비주얼 그래픽을 보여주는 CSI 드라마는 허구지만 그와 비슷한 첨단 과학 수사가 이번에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 부검실의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게 특징이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바람을 계속 내려 보내 오염된 공기가 위로 확산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아래로 밀려온 공기는 밖으로 배출된다. 이 시스템은 부검 도중 시신의 부패를 막고 법의관의 안전을 위해 도입됐다. 예전의 부검실에는 악취가 가득했다. 더 큰 문제는 감염이었다. 실제로 법의관 중 일부는 폐결핵 등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부검실에 드나들 때도 반도체 공장처럼 ‘공기 샤워’를 거치고, 이중문을 통해 정화되지 않은 공기가 새는 것을 막았다.

부검 대상인 시신의 이동 경로도 효율적으로 배치해 시신 노출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했다. 시신을 실은 앰뷸런스가 부검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에 바로 연결되게 했다. 주민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첫 가동에 들어간 부검실은 2~3주간 시험적으로 운영된다. 정식 개소식은 이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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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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