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계 드러낸 여당 … 대통령이 설득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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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회가 겉보기엔 정상화됐다지만 사실은 폭탄을 안고 있다.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 자체가 미봉책이다 보니 2월 국회에서 재충돌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책임감을 상실하고, 무력감을 넘어 자중지란에 빠져들었다. 이래선 경제 살리기 정치가 될 수 없다. 국회 파행의 재발을 막고 경제 살리기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이제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5일 취임 준비를 위해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의사당으로 향했다. 오전과 오후 세 차례에 걸쳐 의회 지도자들과 회동했다. 야당인 공화당 중진들과 만나 1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다. ‘경제 살리기 입법을 서둘러 처리해 달라’는 부탁 겸 설명을 하는 자리였다. 야당 지도자들은 부시 대통령 시절 상상하지 못했던 오바마의 의회 존중 태도를 호평하면서 “잘 처리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정치 환경은 다르다. 그러나 행정부가 국회의 입법 지원을 받아 정책을 수행하는 대통령제라는 헌정 체제는 같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회 설득작업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 대표를 불러 속도전을 주문했을 뿐 야당에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성의 있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여당 내부의 결속력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어쨌든 대통령이 믿었던 여당과 국회의장의 한계는 이미 확인됐다. 대통령이 연초 국정연설 첫머리에서 “국회만 도와준다면 경제 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야당은 의사당 점거 농성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정치 없이 경제도 살리기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국회 파행에서 확인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회를 설득해 법적 뒷받침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세세한 정책은 참모가 대신해도 큰 정치는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한다. 야당 지도자를 만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곧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 행위다. 대통령이 충정 어린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면 설령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더 큰 민심의 후원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