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안쓰는 大選제도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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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본격적인 대선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비주자들의 돈 씀씀이가 문제되고 있다.한보의 와중에서도 대선예비주자마다 개인사무실을 몇개씩 운영하고 호텔 등에서 대규모 호화모임을 갖는 등 과거와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차기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당선자를 놓고 청문회를 열어야 할 사태가 온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지속적으로 돈선거개혁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격인 정치권반응은 너무 느리고 미온적이다.대선은 이제 겨우 7개월여를 남겨놓고 있다.돈 안드는 정치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개혁은 다음 정부에 맡기더라도 대선을 위한 제도개선은 한시가 급하다.시간이 좀더 흘러 각당에서 대선주자가 결정되고 나면 당선에 눈이 멀어 제도개혁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특히 지금 한보의 피해를 전국민이 실감하는 분위기 속에서 제도개혁을 밀고 나갈 때 힘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돈 안쓰는 선거에 대한 당위론만 언급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고 있다.여당은 고비용 정치구조개선을 위한 당내기구를 설치한 정도이고 야당도 선거공영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수준이다.일부 당에서는 대통령후보등록을 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빨리 국회내에 대선제도개선특위를 만들어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우리는 본란을 통해 대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정치자금의 수입을 합법.투명하게 하고,돈이 많이 드는 선거운동방식을 없애고,철저한 선거비용 감시제도가 시급하다.대가없는 돈을 무조건 허용한 정치자금법과 후원회.기탁금제도를 합리적인 선에서 손을 봐야 한다.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대중집회.사조직활동을 금지시키고 언론매체를 통한 운동으로 바꾸어야 한다.선관위가 실권(實權)을 갖고 감독할 수 있는 뒷받침도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개선은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당선의 유불리(有不利)를 따지다가는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더 이상 돈선거를 치러서는 나라가 망한다는 절실한 애국심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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