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건강을 지킨다, 측정기 3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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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이 심각한 동맥경화 현상을 보인다. 혈액이나 다름없는 돈이 돌지 않으니 나라마다, 기업마다 긴급 수혈을 하느라 야단법석이다. 건강도 경제와 같다. 일단 침체의 골에 빠지면 뼈를 깎는 인고가 따르지 않으면 회생하기가 어렵다. 경제는 수치다. 불황을 보여 주는 것도 희망을 얘기하는 것도 숫자다. 건강 역시 수치가 말해 준다. 새해 건강 전략을 위해 알아야 할 수치와 이를 위해 가정에 비치해야 할 측정기엔 무엇이 있을까.

성인병 前단계 남자 36, 여자 34인치
인치라고 표현하면 대충 허리둘레라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허리둘레가 요즘 의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키워드라는 것에 대해선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허리둘레는 ‘대사증후군’을 말해 주는 지표다.

대사증후군이란 단어가 어렵다면 성인병 전 단계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배 둘레는 내장 사이에 기름이 낀 내장지방, 그리고 피부 아래 지방층(피하지방)이 만든 합작품이다. 여기서 건강을 더 위협하는 것은 피하지방이 아닌 내장비만이다.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는 “지방 덩어리에서 지방산이 떨어져 나가 혈액에 유입되는 것이 고지혈증”이라며 “동맥경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당뇨병·고혈압·발기부전·신부전 등 각종 성인병으로 이행된다”고 말했다.

새해 가정에서 구입해야 할 건강 측정기 1호는 줄자다. 값도 싸고, 재기도 쉽다. 흔히 허리띠가 자신의 배 둘레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산. 골반 위에 걸치는 허리띠 길이는 배꼽을 지나는 허리둘레보다 2∼4인치 짧다.

복부비만이 기준치 이하라도 안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거미형’ 인간이다. 먹는 양도 적지만 운동 부족으로 근육량이 극히 적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은 배 둘레를 엉덩이 둘레로 나눠 보자. 남자 0.95, 여자는 0.8 이상이면 복부비만에 해당한다.

혈액에 지방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건강진단표를 활용하자.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dL 이하여야 정상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40㎎/dL 이상으로 높이고, LDL 콜레스테롤은 100 미만, 또 중성지방은 1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적극적 관리 대상 110~124㎎/dL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은 당뇨병에도 해당된다. 온갖 합병증으로 서서히 죽음으로 내모는 끔직한 질병이다. 유념해야 할 점은 가족력이 있다는 것. 부모를 비롯해 가까운 친척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늦어도 40대부터 당뇨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일반적인 당뇨병 기준치는 공복 혈당 140㎎/dL 이상, 식사 2시간 뒤 혈당 200㎎/dL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엔 당뇨병 기준치가 크게 강화·세분화됐다. 당뇨병 고위험군은 대한당뇨병학회 진단소위원회가 제시한 선별 검사를 참고해야 한다. 공복 상태(최소 8시간)에서 혈당을 측정해 결과가 100㎎/dL 미만이라야 정상이다. 125가 넘으면 이미 당뇨병에 걸린 것이며, 100~125의 범주면 당뇨병 발병 직전 단계인 공복 혈당장애(IGT)라고 판단한다.

IGT도 정도에 따라 2단계로 나눈다. 이대 목동병원 내분비내과 성연아 교수는 “100~109에 속하면 추가 정밀검사 없이 건강한 습관으로 바꿔주면 되지만, 110~124면 당부하 검사를 받아 적극적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당뇨병에 진입한 사람이라면 당화혈색소 수치를 알아 둬야 한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3개월간 혈당치를 점검하는 것으로 평소 당뇨 관리의 지표로 사용된다. 당화혈색소가 1% 감소하면 망막증·신장병·족부병 등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이 35% 감소한다. 요즘엔 싸고 간편한 가정용 혈당 측정기가 많이 나와 인터넷을 이용하면 10만원 이내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수축기 120㎜Hg, 이완기 80㎜Hg
고혈압은 생명을 지키는 중앙선이다. 문제는 고혈압은 증상이 없다는 것. 따라서 질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고혈압은 방아쇠와 같다. 순식간에 방아쇠를 심장에 대고 쏘면 심근경색이요, 뇌를 겨냥하면 뇌졸중이다.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5∼7배에 이른다. 혈관에 쌓인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고혈압의 기준치(수축기 혈압 140㎜Hg) 이하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종진 교수는 “수축기 혈압은 121~139, 이완기의 경우엔 81~89를 ‘직전 고혈압’으로 분류한다”며 “이를 방치하면 대부분 10년 이내 고혈압으로 이행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상 혈압은 120/80 이하라는 의미다.

요즘은 가정용 혈압계도 정확하다. 문제는 재는 방법이다. 혈압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하루 세 차례 재는 것이 기본이다. 또 자세와 기분에 따라서도 혈압이 달라진다. 수면 중에 가장 떨어졌다가 아침 기상 후 급하게 올라간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본 뒤 안정된 상태에서 잰다. 식사를 하면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식전에, 또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약 먹기 전에 측정한다. 저녁에도 역시 잠자기 전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해 하루 3회의 평균을 낸다.

고혈압 환자도 가족력이 있다. 이들 가정에선 음식을 얼마나 짜게 먹는지 알아 보는 염도계를 갖추도록 하자.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평균 혈압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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