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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에 빠진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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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 서울 개포동 주공 1단지 56㎡짜리 주인인 이모(52)씨는 지난 주말 아파트 매물을 급히 거둬들였다. 규제완화로 집값이 곧 바닥을 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다시 내놓을 생각이다.

#2. 서울 신공덕동에 사는 김모(48)씨는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 149㎡짜리를 사기 위해 중개업소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희망 매수가보다 2억원이나 비싼 것이다. 그는 “호가가 너무 올라 일단 매입을 포기해야겠다”고 말했다.

요즘 강남권 아파트시장이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집주인은 “오를 일만 남았다”며 호가(부르는 값)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반면, 강남 입성 시기를 저울질하던 매수 희망자는 집값 하락 기대감에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러다 보니 매도-매수 호가 격차가 4억원까지 벌어진 아파트도 있다. 대치동 엘리트공인 박병수 사장은 “재건축 용적률 상향조정과 투기지역 해제 임박 등 규제완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싼 물건만 찾고 있어 거래는 더 안 된다”고 전했다.

매도 호가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올 들어 호가가 수천만원 뛴 곳이 많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는 한 달 전 7억1000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8억6000만원까지 뛰었다. 개포동 주공4단지 49㎡도 매도 호가가 일주일 새 3000만원가량 올라 8억5000만원 선이다. 인근 개포동명공인 이형관 사장은 “한 달 전부터 매입 문의가 늘자 집주인들도 강남 집값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인식에 호가를 더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동 주공5단지 112m²도 한 달 전 7억8000만원 선에서 지금은 9억원 선까지 호가가 올랐다.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다고 집주인에게 전화하면 호가를 5000만원 정도 높게 부른다”고 전했다.

하지만 입질은 뜸하다. 단기에 급등한 호가가 부담이 돼서다. 지금 당장 계약하고 싶어도 기존 집이 팔리지 않거나 대출이 어려워 자금 마련이 쉽지 않는 것도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는 이유다. 잠실 월드공인 이일순 사장은 “시세에 비해 매도 호가가 너무 높아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잠실 엘스(옛 주공1단지) 148㎡는 팔려는 사람은 16억원을 부르는 반면 매수자는 12억원에 사려고 한다. 호가 차이가 4억원으로 벌어진 것이다. <그래프 참조>

매수자들의 발길도 많이 끊겼지만 매물도 확 줄었다. 가끔 나오는 물건도 “이 가격에 사거나 아니면 말라”는 식의 배짱 매물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과 같은 거래 침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주택 구매력도 살아나기 쉽지 않은 만큼 강남권 일부 단지의 호가 상승세는 반짝 장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철현·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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