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철도,웰빙농업 관광의 메카 꿈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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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20면

정선군청 미래전략팀의 지근배 팀장(왼쪽)과 윤종욱씨. 뒤쪽으로 뻗은 철길 위로 정선의 명물로 떠오른 레일바이크가 놓여 있다.

강원도 첩첩 산골짝에도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선군청 공무원 지근배(45·6급)씨와 윤종욱(29·7급)씨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발족한 정선군 미래전략팀 소속이다. 두 명뿐인 팀이지만 임무는 막중하다. 자원이라고는 산과 강, 바람밖에 없는 정선군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강원 정선군청 미래전략팀

팀 발족 당시 유창식 정선군수는 두 사람에게 “군정 전략과제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면 기존 업무 관행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출퇴근하라”고 지시했다. “벤치마킹이 필요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든지 다녀와도 좋다”는 얘기도 덧붙였다.군수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지만 팀을 처음 맡은 지씨는 답답했다. 평소 아이디어를 자주 내 정선군 ‘아이디어맨’으로 통하긴 했지만 미래를 짜본 적은 없었다. 참고할 사례도 없었다. 그는 “그간 지방세과에 근무하면서 세제 관련 문제는 훤했지만 어딜 가서 무엇을 해야 정선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며 “처음 3개월 동안은 초조하고 불안해 하루 2~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내린 해결책은 우선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만나자’였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려면 다양한 책을 많이 읽고, 여러 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봐야 한다는 얘기다. 윤종욱씨는 “8월부터 한 달 평균 15권의 책을 읽었다”며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 관광, 스토리 텔링, 설득심리학 등 다양한 책을 읽고 팀장과 둘이서 토론했다”고 말했다. 지 팀장은 군청 내에서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는 ‘시공초월’이라는 이름의 작은 동아리까지 만들었다.

‘많이 보기’의 시작은 ‘내고장 바로 알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지난해 8월 등산복을 차려입고 20일 동안 동강으로 출퇴근했다. 강줄기를 따라가다 사람들을 만나면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고 채록했다. 8월 말까지 20일 동안 동강을 오르내리며 걸은 거리가 총 400여㎞에 달했다. 9월엔 일주일 동안 전남 해남 땅끝마을과 남원·구례 등 지리산 자락 마을들을 누볐다.

지씨는 “닷새를 걸으니 발다닥에 물집이 잡혀 바늘로 터뜨려야 했다”며 “군 제대 이후로 그렇게 많이 걸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10월엔 열흘간 말 산업으로 유명한 전북 장수군과 경기도 과천 마사회를 방문했다. 11월 초에는 2주 동안 춘천과 삼척을 찾았다. 두 지역이 폐철도를 이용해 레일바이크 시설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정선군과의 차별화 전략을 짜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지난달에도 민자사업 유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인근 홍천군과 평창군을 누볐다. 두 지역은 민자를 끌어들여 상하수도 사업과 한방유통단지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지난 5개월 동안 한 달에 1~2주는 모범사례 벤치마킹을 위한 출장, 나머지는 보고서를 쓰는 강행군을 펼친 것이다.

지씨는 “지난해는 정선의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잡은 한 해였다”며 “올해는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액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정선군은 최근 재도약의 시동이 걸리고 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탄광산업이 번창하면서 13만 명의 인구를 자랑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후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가 4만여 명 수준으로 급감하고 지역경제도 위축됐다.

재도약은 2000년 문을 연 강원랜드에서 시작됐다. 2005년에는 아우라지~구절리 구간 폐철도를 레일바이크로 바꾼 것이 ‘대박’을 터뜨렸다. 올 한 해 정선군 레일바이크를 즐긴 관광객은 총 31만 명, 이 중에는 홍콩·일본·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도 2만여 명을 차지했다.

전정환 부군수는 “앞으로 10년 뒤 정선은 철도관광과 웰빙농업관광의 메카가 돼 있을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정선군의 지역경제는 30% 이상 성장하고, 인구는 4만 명에서 7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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