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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종목 선정은 백미러 보고 운전하는 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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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30면

시어스홀딩스는 한때 미국 최대 소매업체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어스가 경쟁 회사들처럼 번뜩이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지 못한다며 지난해 철저히 무시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를 1~5의 수치로 환산한 지수에 따르면 시어스는 1.29에 불과했다. 1은 반드시 매도해야 하는 종목을, 5는 반드시 사들여야 하는 종목을 의미한다. 시어스 평가지수는 시가총액이 2억5000만 달러 이상인 2679개 뉴욕 증시 상장사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한 해 59%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월마트를 제외한 다른 유통업체 주가는 70~80% 추락했다. 시어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다는 사실은 ‘애널리스트의 주홍글씨’가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최근 10년(1998~2007년) 동안 애널리스트들이 해마다 적극 매수 추천한 4종목과 매도 추천한 4종목의 1년간 주가 흐름을 살펴본 결과도 시어스 사례와 비슷하다. 연간 평균 등락치만 보면 그들이 ‘팔아 치워야 한다’고 주장한 종목의 주가는 평균 1.7% 정도 올랐다. 반대로 ‘이 종목이 뜬다’며 추천한 종목은 평균 2.2% 떨어졌다. 참고로 이 기간 S&P500 지수는 연 평균 7.2% 상승했다. 애널리스트 안목을 무시하는 게 더 나았을 법하다.

그런데 위기를 잘 맞혀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는 “주가지수가 이전 사상 최고치를 회복하기까지 10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펀드 투자처럼 시장 전체를 보고 베팅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다. 대신 그는 “개별 종목의 실적과 제품개발 능력 등 내용을 보고 투자하는 가치투자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파버의 말이 사실이라면 개별 종목의 실적이나 문제점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본 대로 애널리스트의 실상은 믿을 만하지 못하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과 예측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백미러만 보고 차를 운전하는 셈이다. 하지만 세상은 앞을 내다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새옹지마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현재 잘 굴러가던 기업이 정점을 지나면서 한순간에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반대로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기업이 제품·서비스를 새로 개발하거나 유능한 경영자를 영입해 성장가도를 질주하기도 한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만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공통적으로 ‘팔아야 할 종목’으로 꼽은 것은 자동차회사 GM과 주택금융회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이다. 최근 이들 종목의 실상을 보면 투자해 봐야 손해 보기 딱 좋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마저 그럴까.
지금 이 순간 자신할 수 없지만 이들 기업의 미래는 지금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몇 년의 실적만 보고 기업의 미래를 재단하는 일은 가치투자의 시대에 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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