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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거품은 생명의 창조주’ 알고 보면 쉬운 물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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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거품의 과학
시드니 퍼코위츠 지음, 성기완·최윤석 옮김
사이언스북스, 246쪽, 1만5000원

태초의 우주는 양자 거품에 의해 탄생했고 우주의 팽창과정에서 생긴 수백억개의 은하들은 거대한 거품 모양으로 배열돼 있다. 세포나 바이러스 등의 생명도 거품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지은이가 “거품을 우리의 창조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거품은 고체·액체·기체·플라스마에 이어 물질의 5번째 상태로 불리지만 숙제가 무수히 남아있는 신개척 분야다. 예컨대 물속의 작은 거품에 초음파를 쏘면 자외선이 발생하는 ‘음파 발광’ 현상이 그렇다. 이때 거품은 음속의 4배 이상의 속도로 수축되면서 섭씨 10만도의 고온에 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극소형 핵융합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휘핑 크림이 고체와 액체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면서 액체 표면을 떠다니는 현상도 아직 규명 대상이다.

‘거품 이론’의 연구가 쉽지 않은 것은 여러 학문을 통합한 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과학자들은 레이저와 자기공명 영상 촬영법, 고등 수학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의 기술과 기법을 총동원해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다양한 거품의 기본 성질과 그 배경이 되는 과학, 현재의 연구 상황을 알기쉽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조현욱 외국어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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